[캐나다의 오늘] 도그우드(Dogwood)의 수난
봄철이 되면 브리티시 컬럼비아 전역에는 도그우드(dogwood) 나무가 꽃을 피운다.그렇게 화려하지도 않고 화사하지도 않지만 사람들은 이 나무를 좋아하고 이 꽃을 즐긴다.
그래서 그 많은 꽃 다 두고 BC주의 주화(州花)로 오래 전에 선택되었으며, 북미 여러 곳에서 이 꽃이 피는 때에 도그우드 축제가 개최된다.
이 나무에 그 좋은 영어 이름 다 두고 왜 '개나무(dog + wood)'라고 이름지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 수가 없다.
한국에서도 예쁜 꽃 이름에 웃기는 작명을 한 경우는 많다.
쥐오줌풀, 며느리밑씻개 등이 그 좋은 예다.
이 나무도 그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도그우드는 북미 서부와 동부에 널리 서식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똑같은 종을 찾을 수는 없다.
그러나 학명이 동류인 종에 대해 한국식물도감에는 <층층나무> 라고 부르고 있다.
도그우드는 너무 흔하기 때문에 그렇게 귀한 나무로 취급되지 않고, 이 나무를 정원수로 특별히 구입하지도 않는다.
주변에서 아주 평범하게 볼 수 있는 나무들이다.
하지만 이런 평범한 나무가 최근 신문의 일면에 등장하여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다.
즉 주 정부는 1931년에 제정한 도그우드 보호법을 폐지했다.
자유당 정부가 도그우드에 특별히 유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과거의 규정들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고 폐지하는 과정에서 도그우드 나무를 자르거나 훼손하는 사람에게는 25달러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이 낯선 법을 없앴던 것이다.
왜 이 나무를 보호하는 법이 당시 제정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1931년 2월의 빅토리아 일간신문에 의하면 주민들이 봄철에 아름답게 피어나는 길가의 도그우드 꽃가지를 마구 잘라 집안을 장식하는 일이 너무 극성스럽기 때문에 보호법을 제정했다고 했다.
이 법은 아주 엄격한 법으로 도그우드 나무를 꺾거나 자르거나, 파거나 당기거나 심지어 상처를 주거나 다치게 하여도 벌금을 내도록 했다.
이 법은 국유지나 공공장소 외에도 사유림에 있는 나무에도 적용하여 주인이 집을 짓거나 땅을 개간할 때 도그우드 나무를 잘라야 할 경우는 주 정부로부터 특별히 허가를 받아야 했다.
한국의 무궁화를 이렇게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일본에서 벚꽃나무를 이렇게 애지중지 가꾼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으나 지금으로부터 71년전에 이미 BC주에서는 이 세상에 유례없는 도그우드 보호법을 제정했다는 것은 상당히 특이한 일이다.
하지만 이 법이 폐지된다는 소식이 나간 후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밴쿠버 주민 트레버 카나비라는 사람은 밴쿠버선 독자 기고를 통해 71년간이나 지켜온 도그우드 보호법을 주정부가 폐지한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자유당 정부가 공무원도 3분의 1이나 해고하고 각종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참을 수 있어도 도그우드 보호법을 없애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그동안 주법에 의해 보호받았던 도그우드 나무는 71년간 지켜온 특권을 잃고 말았다.
이젠 사람들이 도그우드 나무를 꺾거나 잘라도 잡아가는 일이 없게 되었다.
이제 도그우드이 수난의 역사가 다시 시작된다.
도그우드 나무가 항상 이렇게 대우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전설에 의하면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힐 때 사용된 나무가 도그우드 나무였다고 한다.
이때 예수는 도그우드 나무가 다시는 크게 자라서 십자가용으로 사용되지 못하도록 명령했고, 그 후로는 도그우드의 꽃 잎에 예수의 핏자국이 나타나도록 했다.
꽃이 분홍인 것은 부끄러움 때문이고, 붉은 것은 핏자국 때
문이고, 흰색인 것은 예수의 고난을 보고 창백해졌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전설이야 어떻든지 주 정부가 보호법을 폐지하든지 상관없이 도그우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함부로 도그우드 나무를 훼
손하거나 자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봄이 오면 사람들은 퀸엘리자벳 공원에서 눈꽃처럼 피어나는 도그우드 나무를 배경으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를 것이다.
도그우드가 꽃피는 산야에서 사람들은 세상에 이렇게 소박한 꽃이 있는가 하고 감탄하는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결국 BC주의 봄이 눈부신 것은 도그우드가 그토록 아름답게 꽃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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