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그 분단을 이용해 권력을 만들고 권력을 유지해가려는 정치세력이 있었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처음에 보수정당에서 상대방에 대한 색깔론을 제기하면 보수언론들이 이를 받아 쟁점화하고 그러면 보수층 유권자가 대선후보의 안보관을 흔들어대는 패턴이다. 북풍과 색깔론으로 재미를 봤던 소위 '안보장사'가 4 년 전에 이어 이번에도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선거 초반 '송민순 회고록'으로 꼬투리를 잡았다 싶은 보수 정당은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친북 좌파'도 모자라 아예 '빨갱이 후보'로 몰아세우면서 그가 정권을 잡는 날 한국은 바로 북한에 넘어 가게 될 것이라는 얼토당토않은 흑색선전을 벌였다. 그러면서 선거기간 내내 '문재인은 미국보다 북한을 먼저 가겠다'고 했다느니, '북한을 주적이라고 하지 않았다'느니 하는 말로 국민을 이간시키고 혼란스럽게 만드는데 열을 올렸다. 그러나 5월 9일 우매하지 않은 국민들은 압도적인 표차로 문재인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켰다. 그리고 그 다음날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저는 안보위기도 서둘러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겠습니다.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고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겠습니다'라고 밝힌 뒤 북한에 관해서는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습니다'라는, 다소 유보적인 의미로 말을 했다. 당선되자마자 북한으로 달려갈 것이라고 주장했던 측에서는 상당히 머쓱해진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한편으로 문재인 정부를 떠보기라도 하려는 듯 북한은 14일과 21일, 두 차례나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전 보수정권들보다 훨씬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이 도발을 계속 한다면 대화 가능성은 줄어들 것이라고 엄중 경고하고 나섰다. 이어서 한미동맹을 외면한 채 남북대화를 시작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히면서 미국 등 한반도 주변 4대강국과 EU 등에 대통령 특사를 파견하는 발빠른 외교 행보를 벌였다.
취임하는 그날부터 이전에 본 적이 없는 소통과 친 서민행보, 그리고 파격, 탕평 인사에 감동하고 있던 국민들은 예상과 달리 안보에서마저 진정성 있게 국민의 마음을 안심시키자 무려 87%나 되는 국민들이 앞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국정을 잘 수행할 것이라며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그런데 누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친북 좌파니, 빨갱이 후보니 하는 덫을 씌웠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기독교를 믿는 사람들 가운데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기독교 복음의 핵심은 주기도문에 나와 있듯이 하나님의 뜻, 곧 정의와 사랑과 평화가 이 땅에 강물처럼 흐르게 하는 것 아니던가.
그런데도 일부 기독교 인사들 중에는 탄핵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종북 좌파로 몰기도 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빨갱이 후보라는 표현도 서슴지 않은 사람이 있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는 그 증오를 거둬들여야 한다. 한반도는 지금 폭발 직전이다. 분단을 극복하고 평화를 만드는 일에 모두가 손을 잡아야 한다.
당장은 경제 문제를 풀어야하고 개혁도 해야 되지만 결단할 때가 되면 곧 민간단체 간의 교류로부터 시작해 남북관계개선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북·미간 대화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그것은 시대의 요청이자 문재인 대통령이 맞닥뜨려야 할 운명이기도 하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손가락질 받았던 '친북 좌파 대통령'을 뛰어 넘어 언젠가 '통일 대통령'으로 거듭 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