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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금새와 비로서

New York

2017.07.19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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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현 용 / 경희대학교 교수
맞춤법의 오류 중 어떤 것은 눈에 너무 익어서 일어나는 오류다. 도대체 틀렸다는 생각을 못한다. 물론 이러한 오류의 시작도 발음의 유사성에서 온 것이다. 발음이 비슷하니까 양쪽을 넣어보고 그 중에 맞는 것처럼 보이는 것을 옳은 맞춤법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을 몇 개만 살펴보도록 하자.

얼마 전에 텔레비전을 보는데 자막에 '금새'라는 표현이 나왔다. 금방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을 표기한 것이다. 옆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틀렸다는 생각을 안 하는 듯했다. 왜일까? 그것은 새를 사이의 줄임말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사이가 줄어들어서 금새가 되었다고 확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틀렸다는 의식조차 전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답은 금새가 아니라 '금세'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 금세가 익숙한가? 사실 자주 쓰는 어휘인데도 형태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었던 어휘가 아닌가 싶다. 그만큼 금새에 대한 확신이 컸을 수도 있다.

예전에 중학생을 가르칠 때 농담처럼 '금새'는 금으로 만든 새라는 뜻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배운 아이들은 금새라고 잘 안 틀렸다. 금새는 금으로 만든 새이고, 금세가 금방이라는 뜻이라고 기억을 했던 것이다. 금세라는 말은 어원적으로 보면 금시에가 줄어든 말이다. 금시는 한자로 '今時'라고 쓴다. 의미는 '바로 지금' 또는 '곧'이라는 뜻이다. 어르신들이 이야기할 때 '금시 여기에 있었는데'라고 하면 아이들은 금시를 구수한 사투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금시는 한자어이고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온 말이다.

그런데 금시라는 말이 뒤에 조사 '-에'와 함께 쓰이는 예가 많아서 '금시에'가 한 단어 '금세'로 바뀐 것이다. 조사가 어휘 속에 포함되어 새 단어가 된 특이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조사가 단어 속으로 들어간 예로는 날아다니는 '파리'가 있다. 원래는 '팔(정확하게는 'ㅏ' 대신 아래아)'에 주격조사('이')가 붙었던 말인데 하나의 단어로 취급되어 파리로 바뀐 어휘다. 이런 경우는 드물지만 종종 나타난다. 이런 경우는 언어학에서는 오분석이라고도 한다.

한편 '비로소'도 자주 틀리는 단어다. 마침내라는 뜻으로 쓰이는 단어인데 우리말의 오 발음과 어 발음이 혼동되는 경우가 많아서 '비로서'라고 쓰는 것이다. 그런데 비로서라는 말은 글을 쓰다보면 컴퓨터에서 틀린 말로도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비로서'를 컴퓨터가 비+로서(자격을 나타내는 조사)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컴퓨터조차 오류로 걸러내지 못한다. 하지만 마침내의 뜻에 해당하는 어휘는 '비로소'이다.

많은 사람들이 '-로서'라는 형태에 익숙해 있어서 '로소'를 틀린 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비로소는 비와 로소로 나누어지는 말도 아니다. 중세국어에서는 비롯하다가 비롯다였다. 이 '비롯다'에 오가 붙은 말이다. 부사를 만들 때 어간에 '오/우'가 붙는 예가 꽤 있다. '마주'라는 말도 원래 맞다에 우가 붙은 말이다. '자주'라는 말도 잦다에 우가 붙은 말이다. '도로'라는 말은 돌다에 오가 붙어 있다. 따라서 비로소는 비롯에 오가 붙은 말이다.

마침내나 끝내라는 말이 끝을 강조하는 표현이라면 비로소는 시작을 강조하는 말이다. 드디어 시작되었다는 의미다. '한국 음식의 맛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는 말의 느낌을 생각해 보라. 오래 살아서, 음식 연구를 오래 해서 등의 이유로 맛을 알기 시작했다는 느낌으로 쓰인 것이다.

금세와 비로소를 금새와 비로서라고 틀리는 것은 익숙함이 만들어낸 오류다. 위의 설명을 잘 기억하고 있다면 틀리지 않을 수 있다. 금새는 금으로 만든 새라는 뜻이고, 비로서는 '빗자루를 가지고'라는 뜻이다. 혼동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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