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정해진 아내 혹은 애인을 두고 몰래 한 눈을 파는 것을 보고 우리는 ‘바람을 피우다’ 혹은 ‘바람이 나다’라고 말한다. 몰래 정을 통하는 것과 바람과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여기서 말하는 바람은 사람의 마음이 들뜨거나 흥겨운 상태를 말한다. ‘신바람’이나 ‘춤바람’에서 처럼 지극히 마음이 들떠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마음이 들떠 이성이 혼란스러워지니까 정상이 아닌 이성관계를 갖게 되는 모양이다.
바람을 자주 피우는 사람을 우리는 ‘바람둥이’라고 표현하다. 미국 달러 지폐 속에 그려져 있는 사람이 바람둥이라면 어딘가 어색하다. 대개 근엄한 사람들이라야 지폐에 그려질 것 같으니 말이다. 다름이 아니라,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 2달러 지폐에 그려져 있는데, 그는 복잡한 여성편력으로도 유명하다.
누구나 잘 알다시피 토머스 제퍼슨(Thomas Jefferson)은 미국 제3대 대통령이다. 1801년부터 1809년까지 재임했다. 미국 대통령 중에 존경을 받는 대통령의 순위를 매기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대통령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의 한 사람이고, 미국독립선언문의 초안 작성에 참여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농업을 중시하는 사람으로 자작농이 미국의 근간이 되어야 하면서 각 주정부가 강력한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며, 강력한 연방정부 위주로 통치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한 사람이다. 즉 그는 반연방파이다. 조지 워싱턴 대통령 밑에서 국무장관 직책을 잘 수행한 그는 나중에 제3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명석한 두뇌를 가진 토머스 제퍼슨은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재주가 많아 과학자, 법률가, 건축가, 발명가, 음악가, 고고학자, 생물학자, 농장주, 원예가, 작가, 외교관등 다양한 타이틀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수많은 업적을 남겼으며, 그중에서도 미국의 영토를 넓히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두드러진다. 루이지애나 구입(Louisiana Purchase)를 추진하고 이를 성공시켜 영토를 두배로 늘렸으며, Lewis와 Clark이라는 탐험가들을 미국의 중부와 서부를 탐사케 하여 미국이 태평양 연안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통령에서 물러난 뒤에는 버지니아 대학을 설립하여 교육가로서의 발자취를 남기기도 하였다.
이렇게 고명하고 다재다능한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여성에게도 관심이 많았던 모양이다. 젊었을 때는 절친한 친구인 잭 워커의 아내에게 계속 찾아가 추근거린 거려 염문을 뿌렸으며, 1784년 프랑스에서 공사로 재직할 때 영국 친구의 부인과도 부적절한 관계를 가져 국제적으로 바람끼를 자랑(?)하기도 했다. 제퍼슨 대통령의 여성편력에 대한 압권은 자기 부인의 몸종인 흑인 노예와의 관계이다. ‘샐리 헤밍스’라는 몸종이 아이를 여럿 낳았는데, 제퍼슨이 대통령 시절 당시에 이런 의혹이 제기되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식인가를 물어보았으나 묵묵부답 대답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문제가 200년후인 1998년에서야 쟁점이 되기도 했다. 샐리 헤밍스의 자손들이 자기들이 제퍼슨 대통령의 핏줄이라고 주장하여 여러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이때는 이미 유전자 판별방법이 발달한 때이므로 유전자 검사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이 제퍼슨의 자손들이 유전자 감식에 기꺼이 응하여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본 결과, 헤밍스의 자식들이 제퍼슨 대통령과의 사이에서 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남자는 여성에도 관심이 많으며, 욕심이 많으면 여성에 대해서도 욕심을 부리는 모양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여성 문제로 떠들썩했던 것이 생각나니까 말이다.
2달러 짜리 지폐는 흔히 보이지 않는 돈이다. 자주 발행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행운을 가져 온다고 해서 사람들이 보관하기만 하여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 발견하면 그 속에 그려진 인물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