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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정 칼럼] 아메리칸 타임

Atlanta

2017.07.2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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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십 년 전에는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을 많이 쓴 적이 있다. 그 당시 쏟아져 들어온 미국인들이 약속 시간에 잘 늦는 한국인들의 시간 개념이 불만스러워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과 함께 미국인은 시간을 잘 지킨다는 말도 꼭 따라다녔기 때문에 미국인과 약속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도 미국인은 시간을 잘 지키는 줄 알고 살았다. 세월이 흐른 요즘에는 한국에서 코리안 타임이라는 말이 없어졌다. 공적인 시간은 물론이고 사적인 일에도 시간이 잘 지켜지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시카고 근처에 사는 친구네 갔었다. 자동차로 가면 약 10시간 걸리는 친구네 집까지 운전해서 가기 힘들 것 같아서 항공편으로 가기로 했다. 여행사 사장님이 독립 기념일 기간이라 공항에 사람이 많을 것 같으니 좀 일찍 가야 한다고 조언해준 덕분에, 붐비지 않을 때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까지 갈 수 있었다. 좀 오래 기다린 끝에 출발 시간이 가까워지자 국내선의 행사처럼 여지없이 게이트가 바뀌고 나서 예정시간보다 늦게 보딩이 시작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앉아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데 조종사가 나오더니 비행기에 조금 이상이 있어서 고치고 있으니 5분 후에 출발하겠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었다. 5분이 지나니 조금 더 기다리라고 했고, 또 조금 더 기다리라더니 30여분이 지나자 미안하다며 모두 내리라고 했다. 다시 게이트에서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직원들은 게이트 앞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사과는 물론 관심도 없는 듯했다. 내리라고 할 때 미안하다고 한 것뿐, 제대로 된 사과도 안내도 없었고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출발 시간이 널 뛰듯 계속 바뀌고 있었다.

맞은 편 의자에 앉아 기다리던 말끔한 금발의 부인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앉았던 의자 위에 다리를 올리고 공항 바닥에 누웠고, 젊은 부부 한 쌍은 의자 놔두고 바닥에 철퍼덕 앉아서 바닥에 놓은 봉투에서 뭔가를 꺼내 먹으며 기다리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광경이었다. ‘공항 바닥이 그토록 깨끗하다고 믿는 건가, 공공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 걸어 다니는 통로 사이에 벌떡 눕는 것은 선진국민의 자유롭고 문화적인 행위일까, 저들의 예절과 위생교육은 우리와 어떻게 다른 것일까?’

의문과 우문이 솟았다. 공항의 진풍경들을 보며 시간이 흘렀다. 목적지에 7시 20분 도착 예정이었는데 그 시간이 넘어도 감감 소식이자 당일 안에 갈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친구네서 다음날 바로 캐나다로 출발하기로 했고 호텔도 예약이 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세 시간이 넘는 긴 기다림 끝에 우리는 밤 10시 40분에야 목적지에 도착한 것도 감지덕지해야 했다. 이러한 미국인의 시간 개념이 사회 전반적인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실망은 크다. 항공편의 출발, 도착 시간은 공공의 시간이다. 다수를 상대하는 항공사의 시간이 멋대로 바뀌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이제는 한국인이 미국에 와서 ‘아메리칸 타임’이라는 말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미국인들은 독립 기념일 기간이어서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당연히 받아들이는 듯 했다. 그것이 과연 당연한 일인가. 혹시 잘 기다리는 것이 문화인이라고 부추기는 매체에 속고 있는 것은 아닌가. 휴가철은 물론 고장과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 대비해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시스템과 경영으로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선진국 항공사’의 할 일이다.

달나라도 가는 미국에서, 어쩔 수 없다면서 국내선 비행기의 시간을 밥 먹듯이 어기며(국내선의 경우 이번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사람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고 계획을 망가뜨리는 것은 기업의 무책임한 횡포이다. 공항의 사정대로, 항공사의 사정대로 아무 때나 게이트가 바뀌고 시간이 바뀌면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후진국과 무엇이 다른가. 세계 최고의 나라라는 자부심처럼 작은 부분까지도 최고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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