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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그렇구나 최예린의 음악상식] 오페라란 무엇인가(1)

철학과 문학과 음악이 어우러진 종합예술
實話에 바탕 두어도 ‘꾸며낸 이야기’
새로운 연출로 거듭 살아나는 유기체

셰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로 유명한 이태리 북부의 조그마한 도시, 베로나에서는 해마다 여름 오페라 축제가 열린다.
로마의 콜로세움(Colosseum)과 같은 위압감은 없지만, 무려 2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웅장한 원형 경기장인 아레나 디 베로나(Arena di Verona)에서, 세계적인 프리마 돈나의 아슬아슬한 고음이 열린 무대 위로 날아올라가 별빛을 받아 반짝이는 광경은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편의 드라마다.
세계 곳곳에서 찾아 든 관객들은 넘치는 갈채와 함께 브라보 브라바 브라비를 외치며 열광한다.
턱시도와 이브닝 가운으로 화려하게 성장한 사람들과 스펙타클한 무대, 그리고 빛깔 좋은 와인 한 잔을 연상시키는 오페라는 오늘날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상의 엔터테인먼트, 최고의 사치임에 분명하다.

라틴 어로 작품(masterpiece)을 뜻하는 오퍼스(opus)의 복수형인 오페라(Opera)는 ‘여러 작품을 모아 놓은 것’이라는 뜻이다.
1600년 무렵 이태리 예술가 집단인 ‘카메라타’의 구성원들이 고대 그리스의 비극을 부활시키려는 의도에서 만들어낸 음악극이다.
그러니까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다른 예술 장르와 비교해볼 때 비교적 정확한 생년월일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창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이다.
아무리 사탕 초콜릿 과자 다 들어 있는 싸구려 종합선물세트 같은 연상이 싫다고 해도, 본질적으로 오페라는 철학과 문학과 음악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이 외에도 연극 무대 조명 디자인 의상 춤 건축 등 다른 장르를 전면적으로 포함하고 있다.
한 편의 오페라를 보면서 인간이 만들어낸 거의 모든 문화 예술 영역을 감상하고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오페라만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강점일 것이다.

오페라는 사랑 이야기다.
소프라노와 테너가 사랑을 하고 메조소프라노와 바리톤, 베이스는 이들 사랑에 훼방꾼으로 등장한다.
과감히 도식화 하자면, 지고 지순한 소프라노가 인간적인 약점이 많은 테너를 사랑하여 홀연히 목숨을 버리는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다.
오페라를 단지 시시한 사랑타령이나 연애 사건으로 인식하는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사적으로 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사랑이란 가장 원초적이며 강렬한 인간 감정이며, 그 어느 예술 장르도 이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오히려 보다 직설적인 화법을 가지고 있는 오페라를 보면서 우리는 감추어진 희망이나 악몽을 자각하고 자신의 진실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러니까 오페라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놀라운 이야기다.

오페라는 픽션이다.
아무리 역사적인 실화에 바탕하고 있는 오페라라 할지라도 결국은 소설과 마찬가지로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다.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차용해온 많은 오페라는 역사적인 사실과 견주어 볼 때 그 전개와 결말이 사뭇 다르다.
예를 들어 베르디의 ‘시몬 보카네그라’는 역사학자들이 즐겨 지적하는 사회사적인 오류를 가지고 있고, 도니제티의 ‘여왕3부작’은 헨리8세와 엘리자베스 여왕에 대해 턱없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오페라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리얼리티가 없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오페라의 프로파간다(propaganda)는 감춰진 일상의 비밀을 다른 각도에서 보다 편안하고 여유롭게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오페라는 회고적이다.
관객들은 기본적으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기를 바란다.
현실적인 옷을 입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면 우리는 좀 불편해 지는 것이다.
바그너의 대표적 오페라 ‘반지 4부작’은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도니제티 벨리니 롯시니로 대표되는 벨 칸토 오페라에는 왕이나 사제, 귀족이 등장한다.
때로 위험한 내셔널리즘과 연결되는 베르디 명작의 무대도 언제나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다.
매우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곳에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보다 자유롭게 상상하고 감동하는 것이다.

오페라는 아직도 살아 있는 유기체다.
고답적이고 시대에 뒤처진 옛 무대가 새로운 연출에 의해서 새로운 오페라로 계속 태어난다.
19세기 초반 30여 년 동안 절정을 이룬 오페라는 죽었고,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창작은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현존 대 부호인 미국의 트럼프 가의 이야기로 은유되고, 사회 풍자적인 성격이 강한 오펜바흐의 오페레타는 바로 지금 우리의 이야기로 재해석되어 계속 무대에 오른다.

오페라는 보고 즐기는 것이다.
연도와 사실, 줄거리, 작곡가를 나열하는 것으로는 오페라의 앙상한 뼈대밖에 추릴 수가 없다.
아리아를 듣고 줄거리를 외는 것보다 차라리 아무 지식 없이 한 편의 오페라를 보는 것이 낫다.
오페라의 살과 피는 감상을 통해서만이 매력적으로 살아나기 때문이다.


글 싣는 순서
1. 오페라란 무엇인가
2. 오페라는 비극이다
3. 오페라의 꽃, 프리마 돈나
4. 반지의 제왕과 바그너
5. 오페라는 보는 것이다
6.‘오페라의 유령’은 오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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