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사연 칼럼]격동 30년과 함석헌
모세가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는 이스라엘 민족을 해방하기 위해 출애굽을 이끌었듯 함석헌은 독재 치하 참혹했던 격동 30년의 긴 암흑의 터널에서 한국 민중을 구출하기 결사적 레지스탕스 운동을 이끌었다.함석헌의 레지스탕스는 통치자가 임의로 설정한 주변 환경에 순응해야 하는 패배주의의 운명에서 민중들을 해방시켰다. 함석헌의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는 외침은 4·19 혁명, 5.18민주항쟁, 그리고 1997년 투표소 반란을 통해 마침내 수평적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바로 이 점에서 함석헌의 평화주의 사상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함석헌은 ”평화는 인류의 자유의지를 통한 윤리 행동”이라고 규정하고 “인류의 본래 모습은 하나요, 전체다. 그런데 영웅주의가 나타나 힘의 논리로 권력을 장악하고 권력 유지를 위한 제도와 기구를 만들어 이를 통한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함석헌은 “인민을 억압하는 형태, 곧 국가 폭력을 권력유지 수단으로 삼는 정치이념이 국가 지상주의인데, 국가 지상주의는 몰락하고 있다” 고 예언했다. ( 12권, 한길사, 2009, 310쪽)
함석헌은 국가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 생명이 아니다. 다만 생존에 필요한 수단일 뿐이다. 국가는 그 자체가 하나의 제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국가가 마치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폭력을 휘두르고 있으므로 국가는 근본악”이라고 비판했다(앞의 책, 311쪽)
때문에 평화운동의 중심은 중앙권력의 축소로부터 시작해야 하며, 중앙권력의 축소작업은 중앙집권적 통제시스템에서 지역관리의 자치시스템으로 전환되는 작업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함석헌의 평화 사상의 핵심은 권력유지와 자국의 이익에 충실하여 전쟁을 일삼는 국가지상주의를 배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함석헌은 평화주의를 주장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에 대하여 ‘평화중립주의’를 제시했다. 함석헌은 한반도에서 평화운동의 당면과제는 한반도의 통일이라고 보았다.
오늘 우리 민족에게는 통일은 ‘절대선’이다. 정권의 권위주의와 망국적 지역갈등과 경제정의 부재와 매판 경제 등 현재 우리 조국이 안고 있는 모든 제도적 문제가 분단에서 연유되었다. 따라서 통일은 절박한 민족적 과제이며 하늘의 명령이다.
“어느 민족이든 역사적 현재의 명령에 복종하는 민족은 살아남는다. 우리의 역사적 현재의 명령이 무엇이냐? 다른 것이 아니라 끊어진 허리를 이어라, 둘로 갈라진 것을 하나로 만들어라”.(앞의 책, 139쪽)는 것이 함석헌의 유시다.
그러면서 함석헌은 한반도의 평화운동은 ‘평화중립주의’여야 한다는 생각을 피력했다. 곧, 한반도의 평화운동은 평화중립사상에 의거한 평화적 통일운동이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 후에 평화운동의 최종 목적인 세계주의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해가 지지 않던 대영제국이 그토록 초라해 보이던 간디 앞에 굴복하게 했던 안티고네의 정리(定理)처럼, “불의 응징”을 외치는 트럼프, 그리고 그가 대표하는 미국의 호전적 제국주의, 기독교의 도덕적 파산, 깨진 자본주의 거울, 그 추한 나상(裸像)의 연출이 세계인의 반전과 평화 기원에 굴복, 막을 내리는 기적을 보고 싶다. [email protected]
이선명 / 함사연 창립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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