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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사연 칼럼]씨알사상과 신천옹 함석헌

추효천/타이슨스코너, VA

씨알이란 사전적 의미는 ‘종자 또는 새끼를 잉태하고 있는 알’이다. 한 톨의 밀알과 한 알의 겨자씨는 스스로 죽어 몸통을 썩혀 생명을 싹틔운다. 따라서 씨알은 생명을 확대 재생산하고, 하나 속에 전체를 내포하고 또 전체 속의 하나로 존재한다.

함석헌 선생은 씨알을 “앞선 영원의 총결산이며 뒤에 올 영원의 맨 꼭지”에 서서 사유하고 생각하는 존재 즉 사람을 뜻하며, 역사의 주체인 민중이라고 규정 짓고 있다. 씨알 사상은 그의 스승 다석 류영모 선생이 1956년 겨울 YMCA에서 유교 경전 대학(大學)을 강의하던 중 ‘친민(親民)’의 ‘민’자를 ‘씨알’로 풀이하는 데서 그 뜻을 깨쳐 더욱 체계화해서 발전시킨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씨알 사상 곧 민중사상이 태동하게 된 시기는 서구 민주주의 사상 특히 기독교의 만민 평등사상의 유입과 제국주의 침탈이 본격화된 조선 말기이다.

극도로 부패, 무능한 봉건적 계급사회에 대한 저항과 물밀 듯이 유입된 서양문명에 대응한 민족 고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동학과 민족주의 사상이 급속하게 농민 민중 속으로 퍼져 드디어 동학농민혁명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동학은 우리민족 고유의 전래사상인 인내천(人乃天), 홍익인간(弘益人間)사상이 근간 이념이며, 후에 천도교, 대종교, 증산교 등 민족종교로 분화 발전하게 되었다.

인내천(사람이 곧 하늘), 홍익인간(사람에게 널리 이로움을 펼친다) 사상은 서양의 자유 평등을 기초로 한 민주주의 사상과도 본질이 다른 바가 없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이다.

3·1 독립운동은 청년 함석헌에게는 인생의 분기점이자 혁명기였다. 평양고보를 그만두고 민족학교인 오산학교로 옮겨 남강 이승훈 선생의 민족정신과 다석 류영모 선생의 동서를 두루 섭렵한 폭넓고 깊은 학문과 사상적 세례를 받는 시기이기도 했다. 일본유학 시절에는 우찌무라 간조의 무교회주의적 종교사상의 영향을 받았으며, 귀국 후 동문이며 동지인 김교신과 성서조선을 발간하며 기독교의 씨알화를 통한 독립운동과 민족구원이 삶이 당면한 목표인 시기였다.

8.15 해방과 민족분단 그리고 이승만 독재 타도의 4·19혁명과 엄혹한 군사독재 시대를 거치며 끊임없이 거듭난 씨알 사상은 이제는 동서 문명을 아우르는 세계적인 지평에서 융합과 창조적인 인류의 보편적 가치체계를 갖춘 사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씨알 사상은 민족분단에 의한 체제적 갈등을 주체적으로 극복할 사상적 토대와 상상력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 민족 분단 70년을 극복하고 통일을 이루어 내는 과업은 단순한 남과 북의 물리적 통일만이 아니고, 열강의 패권경쟁 각축장이 아닌 동양평화와 세계평화의 교차로를 마련하는 일이 될 것이다. 수천년을 이어 온 동서양 사상의 혁명적 융합을 이루어낼 용광로가 되어 인류사적 일대 비약을 이루어 내는 일이 될 것이며, 위기에 처한 탐욕적인 제국주의적 자본주의와 교조적 사회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모범적인 사례를 보여 주는 일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머지않아 급속하게 진행될 4차 산업혁명으로 시작되는 기계화, 지능화, 자동화에 따른 부의 집중과 독점화를 막고 소수의 독점자본 권력의 탄생을 차단해서 진정한 자유와 평등, 정의를 실현할 인간 중심 공동체 사회의 탄생을 담보해주는 비전과 사상은 씨알 사상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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