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함을 넘어 지나치게 마른 몸매가 대세인 요즈음 ‘지나치게 마른 모델은 No’라고 팔을 걷어붙인 프랑스 패션업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이 가장 좋아했던 가방으로 알려져 있으며, 거리에서 3초마다 볼 수 있다고 하여 일명 ‘3초 백’으로 불릴 정도로 대중적으로 인기를 끈 명품 가방으로 유명한 루이뷔통과 구찌의 모회사인 케링이 앞으로 지나치게 마른 모델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모델의 기준으로 여성은 34 사이즈, 남성은 44 사이즈 이상을 제시했다. 스페인과 이스라엘도 깡마른 모델 퇴출을 선언하고 나섰다. 프랑스는 아예 법으로 지나치게 마른 모델은 패션쇼 런웨이에 설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마른 모델 퇴출’은 2007년 프랑스 모델 이자벨 카로가 거식증(拒食症) 등으로 사망하자, 그 심각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시작됐다. 이에 루이뷔통과 구찌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디자이너들은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은 모델을 고용할 수 없고, 이를 어기면 약 1억원 상당의 벌금형이나 최대 6개월의 징역형에 처한다. 너무 마른 모델이 ‘거식증’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건강진단서 제출을 의무화시켰다.
패션으로 돈을 버는 사업체가 사회적인 책임감을 느낄 정도로 마른 몸매가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 프랑스는 여성 20명 중 1명이 체중 증가를 두려워한 나머지 거식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20세기 중반까지 대체로 풍만한 체형의 여성이 대중의 눈을 사로잡았다. 대표적인 인물이 풍만한 몸매로 많은 남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메릴린 먼로다. 본격적으로 깡마른 체형이 인기 몸매로 등장한 것은 1960년대의 아이콘 모델 트위기(Twiggy)의 출현이었다. 본인의 이름처럼 작은 가지를 연상케 하는 가느다란 몸매로 미니스커트를 유행시키면서 부터이다.
1980년대와 90년대 잠시 건강미가 넘치는 슈퍼모델이 유행했지만, 유행과 문화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21세기로 들어서면서 마른 몸매를 선호해 전 세계적으로 다이어트 열풍이 불게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마른 체형을 좋아한 기간은 매우 짧다. 옛날부터 인류는 통통한 여성을 선호했다. 고대 이집트에서 그리스를 거쳐 16세기 르네상스와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까지 그려진 그림이나 조각 등, 최고의 걸작품에도 모두 통통하고 풍만한 여성이 미인으로 나온다. 르누아르, 마네, 앵그르의 등 많은 현대 화가들도 여성의 풍만한 건강미를 화폭에 담았다.
중국 최고의 미인으로 꼽히는 양귀비도 뚱뚱했었다. 양귀비는 한 손에 잡히는 버들가지 같은 허리 크기를 가진 미인이 아니었다. 요즈음 노출이 심한 옷들이 유행하다 보니까 자연히 몸매에 신경을 쓰게 마련이지만 자신의 몸매와 건강을 맞바꾸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다. 오늘의 미의 기준이 시간이 지나면 촌스러움으로 바뀌고 다시 옛것을 찾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미에는 각선미만 있는 것 아니다. 인간미가 있고 건강미도 있다. 얼굴과 몸매만 예쁘고 마음과 건강이 문제가 있다면 외적인 아름다움은 가치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건강한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된다.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찾아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