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할 때 무엇을 선물해야 할지 이 것 저 것 생각하고 둘러보다가 꿀 몇 단지(병)를 선물꾸러미에 함께 포장했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 때, 선물 중 한가지로 꿀을 골랐던 것은 그냥 편했기 때문이었다. 값이 비싼 것도 아니고 누구라도 싫어하지 않을 것 같은 것이 선물로 택한 주 이유였는데 지금도 부담 없는 선물로는 꿀이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선물로의 꿀은 주는 이나 받는 이 모두 별 부담 없을지 몰라도 그 꿀을 누가 먹어야 할 것에서는 가려져야 할 필요가 있다. 꿀도 맞는 사람이 있고 맞지 않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요, 별 부담 없이 선물한 꿀이 혹 받는 이를 해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전 UBC를 다니는 아시안 여학생을 진료한 적이 있다. 일년 전 본원에 왔을 때와 같이 이 번에도 두통을 호소했다. 그 당시 치료를 받고 다행히 잘 호전되어 일년 동안 잘 지내왔는데 일주일 전부터 아침마다 심하게 두통이 나타난다고 하였다. '체질'을 기억하느냐고 물어보자 잘 알아듣지 못해 하였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체질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고 혹시 먹지 말아야 할 음식에 대해서 필자로부터 들은 것이 있으면 기억해 보라고 하자 닭고기와 감자를 답해 왔다.
다시 먹어야 할 것을 기억해 보라 하자 한가지 돼지고기를 기억하였다. 체질은 소양인(토양인). 두통이 어떻게 발발한 것인지 찾아 보고자 이 것 저 것 물어보자 한 달 전부터 선물로 받은 꿀이 들어간 영양제(한약으로 된 알약)를 먹고 있다고 하였다.
필자로서는 그 것 이외에 다른 원인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스트레스로 인해서 두통이 올 수 있고 소화장애로 인해서 혹은 혈압관계로도 그럴 수 있지만 이도 저도 특별히 원인이 될 만한 것이 없어 아마도 한 달 전부터 복용해 온 그 알약이 두통을 일으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 알약 복용을 중지하고 치료를 해 보자고 하였다.
학생의 어머니의 체질은 소음인(수양인)이다. 한 달 전 같이 알약을 복용하였는데, 복용한 뒤로 생리통이 줄어들고 피 색깔이 그 전과 달리 맑아지는 것에서 효를 보고 있다고 했다. 이를 볼 때 그 알약은 소음인에게 맞게 구성된 것이요, 그렇다면 그 반대 체질인 소양인에게는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고 그러기에 소양인인 그 학생에게 두통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다른 내용물에 대해서 듣지 못하여 그 알약에 대해 더 언급할 수 없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 알약에 포함된 꿀이 소양인인 그 여학생에게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이요 해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꿀의 분석(과학적-그러나 한의학은 소위 과학으로 분석되지 않는다.)에 있어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비타민 B 군, 특히 B6가 많다는 것이다. 한방에서 비타민 B는 위장에 작용하는 대표적인 비타민이요, 위를 선천적으로 작고 약하게 타고난 소음인에게는 꼭 필요한 비타민이다.
권도원 박사에 의하면 자신에게 맞는 비타민은 아무리 많이 섭취해도 조금의 해도 없으며 그 반대로 자신에게 맞지 않은 비타민은 조금씩만 섭취해도 해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소음인이 아무리 많은 비타민 B를 섭취해도 별 문제되지 않는다. 반면에 소양인에게는 적은 양이라도 규칙적으로 섭취하게 되면 부작용을 초래 할 수 있는 것이다.
소양인인 이 여학생은 필자에게 침 치료를 받고 꿀이 들어간 영양제를 중지하면서 곧바로 두통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소양인은 날 때부터 위기(胃氣)를 강하게 타고나는데 이 학생의 경우 다시 위기를 보태주는 꿀을 약 한달 동안 복용해 온 것이 두통으로 나타날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꿀에 비타민 B 종류가 많다는 것은 꿀의 성분을 분석하다가 나온 이야기이고 한방적으로 꿀은 온(溫)하면서(혹은 平) 맛은 달아 위에 들어가 위기를 북돋고 위를 덥혀주며 약한 소화력을 강하게 하며 위약(胃弱)으로 인한 구토를 내리게 한다.
그 외 꿀은 몸의 저항력을 강화시켜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며 폐를 보하여 만성적인 기침에 좋은 효를 발휘하며 또한 장을 윤하게 하여 변비에도 좋은 효를 낸다.
한마디로 말해 꿀은 소음인의 약과 같다. 태음인에게도 괜찮지만 양인인 소양인과 태양인에게는 해롭게 작용할 수 있으니 먹지 않는 것이 백 번 좋다.
몸에 열이 많아서 목이 자주 마르고 열이 얼굴 위로 올라오는 사람이 선물로 좋은 꿀을 받았다고 지속적으로 먹는다면 위의 여학생과 같이 원인 모를 두통이 나타날 수 있고 혹은 피부가 거칠어지거나 뾰루지 같은 것이 돋아날 수 있으며 가슴에 번열감과 함께 심하면 혈압도 올라갈 수 있으니 꿀을 먹을 시에는 반드시 체질을 알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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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동원장은...
▶상문고등학교▶경희대 한의과대학▶00사단 한방 군의관▶국군 덕정 병원 한방과장▶서울 유광 한의원 개원▶밴쿠버 이민 (1996) ▶다니엘 한의원(1997-) (604-438-7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