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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형 칼럼] 미국 대외정책의 양면선: 현실주의와 이상주의

몬태발로대 명예교수(물리학박사)


미국의 대외정책에는 두 가지 면이 있다. 이상주의적 면과 현실주의적 면이 서로 다투어 부각된다. 현실주의는 경제적 이익이나 안보를 추구하는 국가이익을 강조하고, 이상주의는 민주주의나 자유를 추구하는 도의적 가치나 이상을 강조한다. 몇가지실례를 찾아 살펴보자.

러일전쟁(1904-05) 전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러시아를 견제하기위해 친일정책을 채택해, 한미통상수호조약을 폐기하고, 일본의 한반도 진입을 인정한 사실은 미국대외정책의 현실주의적 면을 의미한다. 반면 한국전쟁(1950-53)이 일어났을 때, 공산주의침략을 막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하겠다는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반공정책은 이상주의적 면을 나타낸 실례다.

그때 그때 집권 대통령에 따라 어느 쪽을 강조하느냐가 달라진다. 제1차세계대전(1914-18)이 일어났을 때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미국의 개입을 통해 민주주의가 더 안전해진다고 주장했다. 이상주의적 면을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전쟁이 끝나자 파리 평화회담에서 민족자결주의를 선언해 다시 한 번 이상주의적 면을 드러냈다.

케네디 대통령이 취임연설에서 “자유의 성공과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대가라도 치르고, 어떤 짐이라도 지고, 어떤 고난이라도 겪고, 어떤 친구라도 지원하고, 어떤 적이라도 맞서겠다”고 한 것은 이상주의적 면을 극적으로 역설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닉슨 대통령은 현실주의자였다. 1972년 2월 중국을 방문해 마오쩌둥을 만나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그해 5월 소련을 방문해 브레즈네프를 만나 전략무기감축조약(SALT)을 채결했다. 이 두 가지 현실주의적 쟁책이 국가간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탕트’ 시대의 시발점이 되었다.

부시 대통령이 2003년 이라크 전쟁을 개시했을 땐 안보문제를 내세웠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해야 미국이 안전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현실주의적 면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대량살상무기가 나타나지 않자, 이상주의적 면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민주주의와 자유를 중동지역에 심어줌으로써 미국과 세계가 앞으로 더 안전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부시대통령 아버지가 걸프전쟁(1990-91)을 개시했을 때는 현실주의적인 면보다 이상주의적인 면을 강조했다. 이라크의 침략을 막고 쿠웨이트를 방어하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그러나 쿠웨이트에 유전이 많은 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미국의 경제적 이권이 관련돼 있다는 현실적 면을 표면에 나타내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자 사우디아라비아는 보잉과 맥도널 더글러스사에서 60억달러 규모의 항공기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현실주의자였다. 2013년 시리아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가 사린가스 화학무기를 사용해 민간인 1400명 이상을 학살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은 군사보복을 실행하지 않았다. 화학무기사용은 ‘레드라인’을 넘는 일이라고 사전에 경고한바 있었지만 군사보복을 하면 하지 않는 것보다 더 큰 대가를 치른다고 판단했다. 직접 미국안보를 위협하지 않는 한, 인도주의적 재난을 방지하기위해 미군을 위험한 곳에 투입해서는 안 된다고 오바마 대통령은 믿었다. 냉정하게 국익을 추구한 현실주의적 정책이었다.

건국 초부터 미국의 대외정책은 팽창주의였다. 인디언과 싸워 서부로 팽창해 나갔다. 맥시코와 전쟁해 콜로라도, 애리조나, 뉴멕시코, 유타, 네바다, 켈리포니아로 국토를 넓혔다. 하와이를 합병해 태평양으로 뻗어나갔다. 스페인과 전쟁해 푸에르토리코, 괌, 필리핀을 식미지화했다. 미국의 국익을 추구한 현실주의 정책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일주의’를 선언한 것은 현실주의를 의미한다. 한국, 일본, 독일,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동맹국이 방위비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것도 미국의 국익을 추구하는 현실주의를 의미한다. 한편 쿠바에 대해선 이상주의적 면을 들어냈다. 정치범을 석방하면 양국 관계를 정상화하겠다고 했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미국의 대외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한 정책이다. 북한과 전쟁을 할지, 타협을 할지, 유엔제재만을 계속 갈화해 나갈지 아직 모른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위에 놓여있다고 한다. 9월19일 유엔연설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방어해야 한다면 북한을 전멸시키는 수밖엔 도리가 없다. 로켓멘은 자살사명을 띠고 있다”라고 역설했다. 과연 여태껏 세상이 보지못한 ‘화염과 격노’를 보게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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