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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동원장의 체질칼럼]수박 먹고 배가 아픈 것 같아요

몸이 찬 소양인이 먹으면 설사 가능성 있어


어렸을 때 아버지가 집에 들어 오실 때 손에 수박 한 통이 들려 있으면 그렇게 신이 나고 반가울 수가 없었다. 녹색 껍질의 촘촘히 들여 박혀 있는 까만 씨의 수박은 필자에게는 맛 이전의 어떤 동경, 낭만 그리고 자연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수박을 보면서 더 이상 맛 이외의 어떤 '느낌'이 살아나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 세상을 알면서 어떤 '동경'을 그리고 꿈꾸기에는 너무 세월이 지나가서 그런 것일까?

필자는 전에 몇 환자를 진료하면서 수박이 그들의 건강과 관련이 있음을 보고 그들의 건강과 수박을 관련시켜 설명해 준 적이 있다. 얼마 전 피부에 아토피성 피부염을 갖고 있는 30대의 여성이 최근 들어 피부염이 심해진다고 하며 본원을 방문했다.

그는 수박이 자신의 체질표에 해롭게 되어있는 것을 보고 엊그제 수박을 먹었는데 그 다음날 조금 더 심해진 것 같다는 말을 하길래 필자는 그럴 가능성이 있겠노라고 답변을 하였다.

체질은 금음인 (태양인중의 음인). 밴쿠버에 온 이후 한국에서보다 육식을 더 많이 하였다는 말에 아마도 육식이 피부병 악화의 가장 큰 이유가 되었을 것이라 말해 주면서 아울러 수박을 먹지 말도록 당부를 하였다.

여름에 수박 아니고 또 다른 과일이 있을까? 그러나 환자에게는 수박 안 먹는 것 보다 피부병이 악화되는 것이 훨씬 심각하고 힘든 것이기에 수박을 먹지 않겠노라고 한다.

얼마 전 소화불량을 호소하던 40대 초반 여성 환자를 진료하면서, 자주 소화불량으로 고생했지만 최근 수박을 먹은 이후로 더 심해졌다는 말에 이 경우 역시 수박이 건강에 좋지 않게 작용했음을 볼 수 있었다. 체질은 태양인 중의 양인인 금양인. 금양, 금음과 같은 태양인은 수박이 맞지 않다.

물론 모든 태양인 체질이 수박을 먹는다고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태양인은 앉은 자리에서 수박 한 통을 숟가락으로 싹싹 긁어 먹어도 기분만 좋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태양인은 (소음인과 함께) 수박이 맞지 않다.

먹어서 당장에 불편함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수박은 좋은 과일이라고 자주 즐긴다면 어느 순간에 증상과 함께 병을 부를 수 있다. 당뇨병이나 혈압병이 하루 이틀에 생기는 것이 아닌 것처럼.

동의보감에 수박은 그 속성이 냉하고 맛은 달며 무독하다고 소개되어 있다. 수박은 煩渴(번갈-갈증)을 제하고 소변을 순조롭게 한다.

이 말을 조금 알기 쉽게 풀어보면 더위를 먹은 것 같이 식욕이 없고 물만 들이키고 싶을 정도로 갈증이 심하고 소변이 붉거나 노랗거나 혹은 뻑뻑이 잘 나오지 않을 때 좋다는 것이다. 한편 수박의 열량은 아주 적기에 아무리 먹어도 살을 찌게 하지 않는다. 정말 한 여름, 더위가 기승이 부릴 때, 한 번 먹어볼 만한 과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몸이 덥고 체중이 늘까 고민되는 사람들에게 아주 적절한 과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수박에 체질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수박은 소양인에게 가장 이상적인 과일이다. 心火(심장의 화)와 胃熱(위장의 열)이 있는 소양인은 늘 몸이 덥고 어떤 화 기운이 얼굴 위쪽으로 상항 되기 쉽다. 반면 신장 기운이 약하기에 허리가 아울러 약하고 소변 기능(생식기능)이 약하기 쉽다.

이런 경우 수박이 심장과 위장의 열을 식혀주고 아울러 약한 신장 기운을 보충해 주어 소변을 시원히 볼 수 있게 해 주고 아울러 기력을 보태어 준다. 소양인과 함께 태음인에게 수박이 좋은 과일이 된다.

태음인 체질은 간기운이 크고 이로 인해 심장에 열을 부를 수 있기에 간열과 심장열을 낮추어 주는 수박이 적합한 것이요 체중이 늘기 쉬운 태음인에게 수박은 체중을 더 붙여 주지 않는 장점까지 갖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위에서 언급한 대로 태양인에게는 맞지 않는다. 오장육부의 허실로 볼 때 간의 기운이 가장 약한 태양인이 수박을 즐기게 되면 간열을 내리는 수박으로 인해 간이 더 허해질 수 있고 이로 인해 근력이 약해진다.(간과 근육의 관계는 바늘과 실의 관계 이상이다.)

간의 기운이 저하되면 필시 소화력에 문제가 생긴다. 결과적으로 수박은 태양인에게 피부와 소화 계통에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는 것이다. 수박은 또한 소음인에게도 맞지 않는다.

체질에 대해 조금 관심이 있는 분들은 소음인이 냉한 체질임을 알 것이다. 수박의 기본 속성은 냉이다. 냉한 속성의 수박이 냉 체질의 소음인의 위와 간을 더 차고 무력하게 하여 좋지 않은 경우 설사를 하게 하고 몸을 더 차게 하며 기력과 함께 의욕까지 빼앗아갈 수 있다.

필자는 싱싱하고 잘 익은 수박 고르는데 일가견이 있다.(사실입니다.) 두들겨 소리를 들어보고 흔들어보며 겉의 색깔의 분포를 보며 무게를 가늠해 보면 십중팔구다! 그러나 그렇게 잘 고르면 무엇하리. 지금의 내 눈과 손과 마음에, 조그맣던 내 어린 시절, 세상이 그렇게 크게 보일 수 없던 그 때, 아버지의 손에 들려있던 커다란 수박에서 풍기던 그리움, 동경, 추억, 낭만 그리고 자연 그 어느 것도 지금은 닿아오지 않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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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호동원장은...
▶상문고등학교▶경희대 한의과대학▶00사단 한방 군의관▶국군 덕정 병원 한방과장▶서울 유광 한의원 개원▶밴쿠버 이민 (1996) ▶다니엘 한의원(1997-) (604-438-7025)

◆중앙일보 2006년 6월 28일(수)자, A7면 기사

캐나다 밴쿠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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