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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배를 띄우자]악기는 몇 살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요

Vancouver

2006.06.2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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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들이 가장 궁금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악기를 몇 살에 시작하는 것이 적당한가?” 하는 것이다.

모든 악기마다 시작하는 시기가 다르다. 예를 들면 현악기는 아주 작은 것부터 어른이 사용하는 크기까지 다양하지만 관악기나 피아노의 경우에는 단 한 가지 사이즈밖에 없다.

바이올린은 첼로보다 더욱 작은 사이즈가 있기 때문에 첼로보다는 바이올린을 더 어린 나이에 시작 할 수 있다. 또 피아노도 어린 나이에 많이 시작하는 것 같고... 하지만 나의 견해로는 전문 악기를 너무 어린 나이에 시작하기보다는 기본적인 음악공부를 먼저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한국에는 여러 가지의 유아 음악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예를 들면 아마데우스, 유리드믹스, 코다이, 킨더뮤직, 오르프, 벨로체 뮤직스쿨, 오디에이션 음악센터 등이 있다.

위에 열거 한 음악 프로그램이 첫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면 나도 그것부터 시켰겠지만, 그때는 그런 구체적인 음악 프로그램이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피아노 학원에 보냈었다. 하루는 우리 아이가 “엄마! 내 손이 너무 작아서 도~솔까지 밖에 닿지 않는데, 왜 이렇게 빨리 피아노를 시켰어요?” 라고 질문을 한 적이 있다. 그 후 몇 번의 학원 연주회를 해 보고 그만 두었다. 피아노를 그만 둔 후에는 바이올린도 조금 배웠고, 플루트도 배우고 해서 밴드부에서 활동을 했다.

둘째 아이가 어렸을 때는 ‘아마데우스’라는 프로그램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그래서 그 프로그램에서 교육을 받았고, 매우 재미있어했다. 간단한 곡을 부르면서 강약을 느끼며 박자를 손으로 쳐보기도 하고, 음표와 쉼표 등이 그려진 스펀지 주사위를 굴리면서 하는 게임도 있었고, 피아노 건반을 바닥에 그려 놓고 그 위를 걸어 다니면서 하는 게임 등 음악의 전반적인 것을 몸으로 느끼게 해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전문적인 유아 음악 프로그램을 찾기 어려우면 집에서 음악을 많이 들려주고, 또 박자치기 놀이도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메트로놈을 하나 사서 빠른 박자, 느린 박자에 맞추어 여러 가지의 박자로 손뼉을 쳐 본다든가, 한글 카드처럼 음표와 쉼표 카드를 만들어서 배워 보거나, 아니면 간단히 5선 안의 음을 읽는 법을 먼저 익히거나 하면 어떨까 싶다.

그런 다음 학교에 가는 나이 정도부터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시키면 되고, 1~2년 후에는 첼로와 같이 덩치가 큰 악기도 괜찮다. 3학년 정도에는 목관악기(플루트, 클라리넷 등)도 좋고 5,6학년 이후는 금관악기(트럼펫,트럼본 등)을 시켜도 좋을 것 같다. 성악의 경우는 변성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좀 더 늦은 나이에 시작해도 괜찮을 것 같다. 단지 아이가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면 예외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늦은 나이에 바이올린이나 피아노를 시작할 수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너무 어릴 때 악기를 배우면 음악적인 감각을 키우기에는 좋지만 바른 자세를 익히기가 어렵다. 델리케이트한 자세를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보니 나쁜 자세로 계속 연주하게 될 수가 있다. 그러다가 나중에 잘못 된 것을 알고 고치려면 굉장히 힘들다. 하얀 백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쉽지, 다시 지우고 그리려고 하면 백지에 그리는 것 보다 훨씬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이다.

자세만을 신경 쓰고 연습하면 자세가 고쳐지는 것 같다가도, 곡을 연주하다 보면 익숙했던 자세로 다시 돌아가서 연주를 하게 된다. 현악기는 활 쓰기가 모든 소리를 좌우하게 된다. 내가 가르쳐 보면 보통 왼손 자세를 고치는 것은 6개월, 오른쪽 활 쓰기를 고치는 것은 2년 정도가 걸린다. 그나마 본인 자신이 고쳐야겠다는 의지가 있을 때.

“늦은 나이에 시작하면 진도가 빨리 나가서 좋다”라고 생각하는 엄마들과 “어렸을 때 그렇게 열심히 시켰는데 말짱 헛일 이었다”라고 낙심하는 엄마들도 있다. 물론 장단점은 있지만 일찍 시작한 아이들은 일부러 가르치지 않아도 음악을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된다.

반면 나이 들어서 시작한 아이들은 음악을 몸으로 표현하는 것을 굉장히 어색해 한다. 그러다 보면 음악을 표현하기를 아주 어려워한다. 그렇다고 뻣뻣하게 서서 연주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억지로 가르쳐 주어야 한다. 물론 숨쉬는 법과 함께.

너무 어린 나이에 전문악기를 시작하게 되면 넘어야 할 고비도 많고 그 고비를 넘지 못 했을 때는 그 악기가 싫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세월이 지나 다시 그 악기를 시작하기 힘들 수도 있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상담을 원하는 어린 아이를 가진 엄마에게 들려주면 “우리 애는 글도 다 알고요, 본인이 너무 하고 싶어 해요”라면서 자꾸 조른다.

하지만 그렇게 우기고 시작했을 때 결과가 좋은 적이 별로 없다. 정말 엄마가 각오를 가지고 열심히 시키겠다면 모를까. 저 학년까지는 모든 것이 엄마의 의지에 99%가 달려있다고 본다. 어린 나이에 시작하려면 엄마의 굳은 의지와 각오가 우선되어야 한다.[박혜정, 밴쿠버 한국오케스트라 지휘자]


▶[꿈배를 띄우자] 모음
http://joongang.ca/bbs/board.php?bo_table=T1001&sfl=wr_subject%7C%7Cwr_content&stx=%5B%B2%DE%B9%E8%B8%A6+%B6%E7%BF%EC%C0%DA%5D&sop=and

◆중앙일보 2006년 6월 29일(목)자, A11면 기사

캐나다 밴쿠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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