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엽 에세이]'노하우’가 한국말인가요?
‘노하우’ 라는 말은 누구의 이름도 아니고 혹은 새로 생긴 한국어 새 단어도 아닙니다. 영어 Know-how에서 온 하나의 ‘관용구’(Phrase) 단어 그대로를 소리 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말로는 도저히 번역할 수 없어 그대로 사용하는 말도 아닙니다.
그 뜻은 어떤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일을 하기 위한 지식(Knowledge)과 기술(Skill), 할 수 있는 능력(Ability), 혹은 경험 등을 말하는 속어 입니다. 그런데 이 근자에 한국과 이곳 신문이나 선전 말에서 종종 듣습니다.
예컨대, “노하우를 살리어…, 노하우로 일하며…노하우가 있습니다…”등등 으로 듣게 됩니다. 영어를 모르는 사람이나 처음 듣는 사람 중에 “그게 누구입니까?” 하는 질문을 하는 것도 아마 무리가 아닌 줄로 이해됩니다. 본래 목수가 몇 가지 연장을 갖고 이것 저것을 만들어 내는 뜻을 강하게 나타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그 말이 정확한 뜻으로 사용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리 말로 번역될 수 있기에 적재적소에 맞는 뜻으로 사용되면 더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말은 인간이 가진 가장 구체적인 본능이며 그 속에 민족과 국가의 문화와 윤리, 그리고 인격과 전승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성품과 지식과 교양이 담겨 있습니다. 구라파를 여행하는 한국인이 외국인과의 대화 중에 “한국인은 무슨 말을 하느냐?”고 하면서, “일본어? 중국어? 아니면 영어?” 라는 질문을 받을 때에 솔직히 자부심이 상했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에 자기나라 말(=한국어)에 대한 경애심이 강해젔다고 합니다. 오래 전에 불란서 사람들이 아프리카 나라들을 식민지로 하고 불어를 높이기 위해 말하고 가르치기를, 영어는 상인의 말이요, 스페인 말은 종교언어요, 독일어는 짐승의 소리 같다고 하면서 프랑스 말이 아름답고 권위 있는 인간의 말이라고 했다는 그들의 긍지가 부러워 집니다.
언어는 시대의 거울입니다.
정확하지 않으나 지구상에는 3000가지 이상의 언어가 있으며 현재 복합문화권을 이루면서 혼합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필요 이상으로 외래어를 사용할 경우는 우리의 아름답고 확실한 말을 외면하는 부끄러움이 되기도 합니다.
‘메이커’ 보다는 제작자가 좋고, ‘애프터서비스’는 사후관리로, ‘오리엔테이션’은 예비교육으로, ‘핸드북’은 수첩으로, 여기서 말하는 ‘노하우’는 ‘일 하는 지식, 경험, 능력 혹은 기술’ 이라는 우리 말로 적절히 사용하면 모두가 다 잘 알아 듣고 좋겠다는 의견과 생각입니다.
지금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북경어나, 그 다음의 영어 세력에 우리 말의 무력감과 버림받음을 늘 느끼고 안타까운 아픈 마음의 이야기를 오늘 이 지면에 쓰게 된 것입니다. 나라와 민족이 살면 말도 살아 있어야 합니다!
[안상엽 신학박사]
6.25참전용사. 한국에서 대학과 신학교 졸업 후 경기노회에서 목사 안수. 1963년 보스톤대학교 신학대학원에 유학 신학석사 취득. 토론토 연합신학원에서 비교종교학 연구. 웨슬레신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 연구. 미국 콘코디아신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 취득. 42년간 목회 후 은퇴. 22년간 신학교 교수. 현재-캐나다 한인기독교문화연구원(KCCC-C)설립, 저서 및 500여회의 신문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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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밴쿠버 중앙일보
◆2006년 8월 5일(토)자, A6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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