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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변뒤 변기뚜껑 닫고 물 내려야하는 이유

Vancouver

2006.08.0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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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수사대의 눈으로 집안 해부하기
시크릿 하우스 출간


일견 평화로워 보이는 일상 생활의 터전인 집은 그리 만만한 세계가 아니다.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순간부터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까지 우리는 집안에서 수 백만 마리의 세균과 맞닥뜨리고, 무심코 먹는 식품과 생활 용품에는 뜻하지 않은 유해 성분이 들어있다.

과학수사대에 버금가는 꼼꼼한 관찰자의 눈으로 집의 구석구석을 해부, 일상에 숨겨진 과학의 세계를 조명한 '시크릿 하우스'(생각의 나무)가 출간됐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놀라울 정도로 쉽게 설명한 스테디셀러 'E=mc²'의 저자인 과학저술가 데이비드 보더니스가 보통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없는 일상에 돋보기를 들이댔다.

보더니스의 돋보기는 침대에서부터 거실, 욕실, 부엌, 정원, 화장대 등 집안 구석구석을 훑어 과학적으로 분석한다.

이를테면 매트리스 먼지 10g 마다 약 1만 5천마리의 진드기가 살고 있음을 감안하면 보통의 더블침대에는 총 200만마리의 진드기가 살고 있다는 식이다.

침대에서 일어나 욕실로 가는 동안에도 피부 조각이나 각질을 먹고 사는 수천 수만 마리의 집먼지 진드기와 만난다.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뒤에는 반드시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려야한다. 사람의 배설물에는 바이러스나 살아있는 세균의 사체가 다량 포함돼 있어 뚜껑을 닫지 않고 물을 내린다면 세균을 함유한 물방울이 그만큼 많이 공기에 흩뿌려지게 된다.

입속의 개운함을 주는 치약이 사실은 물과 분필, 페인트의 표백성분, 사체를 보관하는 포름알데히드의 혼합물임을 알게됐을 때의 찝찝함이란.

화장대에 앉아 아름다움을 위해 바르는 립스틱과 후식으로 선택한 입안 가득 달콤함이 퍼지는 케이크도 저자의 엄정한 돋보기를 비켜가지 못한다.

저자는 립스틱이 반짝이는 것은 값싼 생선 비늘 덕분이고, 케이크 맛의 비밀은 물에 띄운 돼지 비계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모처럼 집으로 초대한 손님이 현관에서 재채기를 한다면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가 시속 65㎞로 삽시간에 퍼져나간다.

저자는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에서는 타액 분출물로 인한 바이러스 감염이 치명적일 수 있다며 과거 스페인이 찬란한 마야문명을 거꾸러뜨린 것도 재채기 때문이라는 재치있는 추론을 내놓는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바이러스를 탑재한 콧물 화살들을 면역이 약한 마야인들에게 수없이 쏟아냈기 때문이라는 것.

김명남 옮김. 300쪽. 1만4천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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