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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에서 부는 바람, 서에서 부는 바람]진정한 개혁은 어떤 것인가?

Washington DC

2017.11.03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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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여
몇 주 전 우리 부부는 워싱턴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한 미국교회에서 주일 예배를 드렸다. 200여명의 교인들이 모였다. 대부분이 백인들로 나이가 들어 보였다.

이날 사회는 한 부목사님이 맡았으며 설교는 초청 강사가 맡았다. 사회 목사도 여성이었으며, 초청 강사도 여성이었다. 사회 목사는 초청강사를 Y대 신학교와 법대를 졸업하고, 변호사로서 목회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강사가 설교를 시작하기 전에 자신에 대해 잠깐 소개를 했다. 그의 첫 마디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한참 동안 정신이 멍했다. 이 역사적인 교회에서 동성애 목사가 설교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날 강사는 교회와 사회정의에 대해 역설했지만, 나에게는 받아들이기가 힘든 주장과 내용이었다. 나는 설교를 듣는 동안 일부 미국 교회들이 이런 수준까지 ‘개혁’이 되었구나! 속으로 생각했으며, 예배를 마치고 교회 문을 나설 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다른 교회에서는 몰라도 이 역사적인 교회에서는 이럴 수가 없다는 생각이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내가 뉴욕 애비뉴에 위치한 이 교회를 역사적인 교회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러하다. 1862년 설립된 이 교회에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 주일 예배를 드렸으며, 1864년 링컨 대통령과 1865년 그의 아들 윌리엄 링컨의 고별예배를 드린 곳이 바로 이 교회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비롯한 10여명의 미국 대통령이 이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그 외에 많은 미국 국회의원 장관 등 고위직 기독교인들이 이 교회에서 믿음으로 섬긴 역사적인 장소다. 미국 건국의 기초가 되었던 청교도 정신이 담겨 있는 교회다. 이 교회 박물관에는 이러한 역사적인 사실들을 많이 보관하고 있다.

나는 이 교회가 그동안 어떠한 과정을 통해 이렇게 변화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지금 이 교회가 체험하고 있는 변화가 ‘개혁’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500년 전 마틴 루터가 부르짖었던 그런 개혁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루터는 ‘오직 성경’을 외쳤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은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일이다. 많은 개신교 교단과 교회가 나름대로 기념 예배와 행사를 하면서 루터의 개혁 정신을 되새기며 앞으로 어떻게 어떤 개혁을 개발하고 유지할 것이냐는 문제를 놓고 고민을 하고 있다.

종교개혁은 독일의 신학자이며 신부였던 마틴 루터가 1517년 10월31일 비튼버그에 위치한 캐슬 성당 문에 95개 조항의 교황청 비리 내지는 모순을 지적한 선언문을 부착함으로써 시작되었다. 루터는 교황 리오 10세의 선언문 철회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교회로부터 파문을 당했다. 그리고 결국 루터는 가톨릭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마틴 루터가 외쳤던 개혁의 표어 ‘오직 성경’, ‘오직 은혜’, ‘오직 믿음’은 빠른 속도로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존 칼빈에 의해 ‘오직 그리스도’와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 더하여져서 마침내 ‘종교개혁의 5대 강령’이 되었다. 이러한 강령들을 다시 살펴보고, 어떻게 현대 교회에 적용할 것이냐가 주어진 과제가 아닐까?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개신교는 여러모로 많이 ‘개혁’되어 왔다. 개혁이 품고 있는 진정한 의미는 5대 강령을 올바르게 실천하는 데 있다고 본다. 개혁은 올바른 전진을 의미하지, 잘못된 퇴보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런데 근래 와서 일부 개신교 교계가 변신하는 모습을 보면 이것은 개혁이 아니라 잘못된 퇴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동성애와 결혼 문제를 바라보는 교회의 시각이다.

특히 미국 교계에서 이 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양상을 보면 교회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앞장을 서야 하는데 오히려 사회가 교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교계와 교회들은 루터의 ‘오직 성경’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여 동성 관계 문제를 정당화하고 있으며, 사회정의와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신앙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 것처럼 입장을 정리하고 행동하고 있다. 정말 잘못된 ‘개혁’이다. 루터의 진정한 ‘오직 성경’의 개혁적인 입장을 오해하고 있다고 본다.

동성 관련 문제에 대해 한국 개신교계는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오직 성경’을 고수하고 있는 입장이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은 지난 9월 교단총회를 하고 동성애 반대입장을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한국 사회는 이른바 ‘큐어 축제’를 통해 동성애 및 결혼을 인권과 사회정의를 내세워 부추기고 있지만, 개신교계는 이런 사회 움직임에 아직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물론 일부 소수 교계와 교회는 이러한 움직임에 영향을 받아서 주요 교단의 선언은 500주년을 맞는 종교개혁 정신에 어긋난다고 항변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합동 총회는 각각 동성애자와 그 지지자까지 배척하기로 결의했다. 신학교 입학 금지뿐만 아니라 목사의 동성애자 주례 금지, 동성애자를 교회에서 추방할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했다. 진보적인 입장을 가진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도 동성애 문제를 같은 맥락에서 잘 다루었다.

몇몇 참석자들이 찬성의 의견을 냈지만, 총회는 이를 부결시켰다. 성 소수자의 인권은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하지만, 동성애 문제는 이와 구분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한국 교회는 미국 교회처럼 사회 조류에 의해 지배되지 않고, 반대로 사회를 개혁하고 이끌고 나가는 개신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 정신이 바로 진정한 개혁 정신이다.


허종욱 / 버지니아워싱턴대 교수, 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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