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출장으로 현장 없었지만 딸 사망 손주 3명과 며느리 한꺼번에 잃은 교인도 정치권 총기규제 강화 목소리 다시 커질 듯
5일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텍사스주 서더랜드스프링스는 2010년 센서스 기준 인구가 362명에 불과한 소규모 타운이다. 서더랜드스프링스가 속해 있는 텍사스주 윌슨카운티의 알버트 가메즈 주니어 카운티장은 "주민 모두가 서로 다 아는 매우 작은 타운이다. 그곳에서 이렇게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는 게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총기난사 희생자는 26명으로 타운 인구의 7%가 한날 한시에 목숨을 잃은 셈이다.
사건 당시 제일침례교회 프랭크 포머로이 담임목사는 출장 관계로 현장에 없었다. 하지만 그의 열네 살된 딸 애너벨은 예배에 참석했다가 희생됐다. 포머로이 목사는 "오클라호마주에서 콘퍼런스가 있어 예배를 인도하지 못했다"며 "딸은 너무나 예쁘고 특별한 아이였다. 다른 희생자들도 모두 나와 가까운 벗들"이라고 비통해했다.
타운 주민 스콧 홀콤비는 이번 총격으로 부모를 모두 잃었다. 홀콤비는 "아버지는 정말 좋은 분이었다.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며 오열했다. 그는 "부모님들이 평화가 있는 곳으로 가셨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인인 샌디 와드는 3명의 손주와 며느리를 잃었다. 또다른 다섯 살짜리 손주는 네 발의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와드는 이날 무릎과 골반의 통증이 심해져 교회에 가지 않았다. 통증으로 자신의 목숨은 건졌지만 가족을 잃었다.
이날 저녁 교회 주변에는 서더랜드스프링스와 인근 지역 주민들이 모여 촛불을 켜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이 교회에서 7마일가량 떨어진 라버니아의 제일침례교회는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를 통해 "교회 문을 오전 5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열어놓겠다. 성직자들과 교회 리더들이 마음의 안정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기도로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사건을 계기로 총기규제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논쟁에 불을 붙이려는 시도가 잇따르는 분위기이다.
밥 케이시(펜실베이니아) 연방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텍사스 총기난사 희생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한다"며 "기도에 덧붙여 의회는 반드시 총기폭력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딕 더빈(일리노이) 상원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범인은 예배당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을 향해 총을 겨눴다"며 "미국은 총기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의회는 행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보스턴글로브가 비영리단체 총기사건아카이브(Gun Violence Archive)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지금까지 미국에서 4명 이상이 희생된 총기난사 사건은 307건 일어났다. 거의 하루에 한 번꼴로 발생한 셈이다.
20명 이상 사망한 초대형 총기난사 사건은 지난해 6월 49명이 숨진 플로리다주 올랜도 나이트클럽 총격과 지난달 1일 라스베이거스 야외 공연장 총격 등 지난 17개월간 3건이나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