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어린이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전 세계에 공개 수배된 캐나다인 크리스토퍼 폴 닐(32)은 지난 9일 인터폴(국제경찰)의 추적을 감지하고 11일 태국 방콕행 항공기로 서울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영어강사들의 웹사이트 ‘Dave's ESL’ 카페에서 ‘피터 잭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닐은 9일 인터폴이 아동성추행범의 얼굴을 사이트에 올린 직후 게시물 게재를 전면 중단했다.
이어 또 다른 사이트 ‘페이스북(Facebook)’ 블로그를 폐쇄한 그는 대머리로 외모에 변화를 준 후 11일 서울에서 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당일 방콕 수완나폼 국제항공에 입국한 그의 모습은 공항 보안카메라에 찍혀있다.
브리티시콜롬비아(BC)주 출신으로 지난 8월부터 광주의 한 국제학교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한 닐은 한국을 떠나기 전 학생들에게 “긴급한 가족 일”로 학교를 그만둔다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인터폴에 따르면 닐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6세에서 10대 초반의 베트남, 캄보디아 출신 소년 12명을 성추행하고 해당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BC주에서 청소년 상담 담당 군목으로 근무하고 신학교를 다닌 경력이 있는 닐은 2004년 독일 경찰이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어린이 12명을 성폭행하는 닐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발견한 이래 각국 경찰의 추적을 받아 왔다.
공개수배를 담당하고 있는 인터폴의 믹 모란은 “그의 사진이 공개된 이래 전 세계에서 350명 이상이 제보를 해왔다. 그가 몸을 숨길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린 한 교사는 “경찰의 수사가 태국에 집중돼 있지만, 닐은 이미 캄보디아나 미얀마, 라오스 등지로 숨어들어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카페 동호인들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한 네티즌은 “닐이 작년 6월 한국에서 유치원교사로 일하며 어린 학생들이 너무 사랑스럽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이상한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친구는 “노래방에서 흥겹게 노래 부르던 천진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도망자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닐이 인터넷에 남긴 일부 글에는 ‘범죄자적’ 냄새가 짙다. 닐은 대중탕에서 벌거벗은 한국 남자와 마주쳤던 경험에서부터 포르노 사진을 컴퓨터 파일에서 삭제하는 방법, 경찰의 비자(visa) 조사를 피하는 방법 등을 소개하는 글을 남겼다.
가족들에 따르면 닐은 대학을 졸업한 2000년 원어민 영어강사로 처음 한국 땅을 밟은 이후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에서 영어를 가르쳐왔다. BC주 교사자격증을 갖고 있는 닐은 전체 교사경력 7년 중 4년6개월을 한국에서 보냈고, 나머지 기간도 거의 아시아에서 쌓았다.
오랜 해외생활에 지친 그는 지난 봄 밴쿠버에 입국, 가족들과 여름을 보내고 8월14일 한국으로 출국했다.
한국경찰은 17일 "닐은 2000년 처음 한국에 입국해 서울·경기 성남 등 수도권에서 영어학원 강사와 학교 영어 원어민 교사로 활동해 왔다"고 밝혔다.
한국 경찰은 닐의 예전 근무지 관계자들과 학생들을 상대로 성추행 사건 발생 여부를 조사중이지만 아직까지 한국내 범행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