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빛 공해로 밤을 잃은 인류
김태원 객원기자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 별이나 은하수를 찾아볼 수가 없게 된 지가 무척 오래됐다. 70년대 도시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해가 지면 도시를 벗어난 교외 지역은 달빛이 비치지 않으면 한 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캄캄했었다. 자연히 일찌감치 저녁을 마치게 마련이고 등잔불이나 희미한 전등 불빛 아래서 공부나 바느질을 하다가 늦어도 아홉시에는 잠자리에 들었다.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되니 충분히 자게 되고 생체리듬이 정상적으로 원활하게 작용하여 건강한 하루를 보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새로운 공해의 한 부분인 ‘빛 공해’로 인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영국 엑시터대학의 케빈 가스통 교수는 “인간은 비정상적인 빛에 놓였다”며 “유럽 어디에서든 자연 그대로의 밤하늘을 찾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BBC방송은 “많은 나라에서 ‘밤의 상실’이 이뤄지고 있고, 이는 동식물과 인간의 웰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과학자들의 우려를 전했다. 그리고 인간 생활에까지 악영향을 끼치기에 이르렀다. ‘잠이 보약’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잠자는 시간이 부족하면 업무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비만, 당뇨병, 치매 같은 각종 질환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는 점이다. 미국 의사협회는 저질 LED 조명이 방출하는 푸른빛, 블루 라이트가 수면 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해 수면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면 면역기능이 떨어지고 항산화 물질 생산이 중단돼 암 발생을 초래할 수 있다. 일부 논문에서는 야간에 인공조명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멜라토닌 합성이 억제돼 여성의 유방암과 남성의 전립선암 발생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그러나 지구의 야간 빛 공해가 매년 심해지고 있다.
가로등, 옥외 광고물 등으로 인한 빛 공해가 갈수록 걱정거리다. 빛 공해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도 심각하다. 최근 네이처엔 야행성 곤충들이 꽃가루를 옮기는 수분(受粉)을 방해해 곡물의 성장과 농작물 수확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됐다. 그뿐 아니라 야행성 동물의 생체 패턴을 파괴하고 철새의 이동에 악영향을 끼치고 먹이 사슬에도 영향을 미쳐 생태계 교란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러한 부정적 영향 때문에 ‘빛 공해’라고 불리는 것이다. 에디슨이 120년 전에 발명한 백열전구가 ‘인류가 발견한 두 번째 불’로 불릴 만큼 인류의 생활을 크게 바꾸어 놓아 우리 생활에 많은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지만, 그에 따른 문제점도 같이 따라왔다.
전력 공급을 위한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과 밤을 밝히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앞서 살펴본 인간의 생활방식의 변화로 인한 건강문제 그리고 자연환경의 변화로 인해 인간의 정서가 서서히 말라가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우리의 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은 별들을 바라보면서 낭만적인 시를 짓고, 별을 세며 잠이 들고,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날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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