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재수 없다는 말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재물이 생기거나 좋은 일이 있으면 좋겠지만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재수가 없다고 해서 나쁜 일은 아닐 겁니다. 아마도 재수가 없는 사람이 대부분일 겁니다. 재수가 늘 있다면 모두 부자가 되고 싱글벙글하며 다닐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재수 없다'는 말을 사용하는 장면을 보면 쓰지 말아야 할 말이구나 하는 것을 금방 알게 됩니다. 재수 없다는 말을 사람을 향해서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을 보고 나서 재수가 없다느니 그 사람은 재수 없게 생겼다는 말까지 합니다.
사람을 만났는데, 재수가 없을 리 있겠습니까? 재수가 없었던 것은 그 사람하고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연결시키려고 하는 것이겠죠. 핑계를 대는 것입니다. 자신이 노력하지 않고서 재수를 탓하는 것이지요. 또한 사람이 재수 없게 생길 리가 있겠습니까? 사람은 모두 저마다의 복으로 생겨났는데, 상대를 아주 비하(卑下)할 때 쓰는 말입니다. 저는 가장 하지 말아야 하는 말이 그 사람이 생긴 것을 가지고 비하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미디의 소재로 사람의 겉모습을 비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니, 아주 많습니다. 웃기죠. 남의 겉모습을 보고 키가 작다느니 뚱뚱하다느니 못생겼다느니 하는 말을 합니다. 그뿐 아니죠. 온갖 신체적인 특성이 웃음거리가 됩니다. 입술이 얇아도 두꺼워도, 눈이 작아도 커도 이야깃거리를 만듭니다. 가장 간단하게 사람을 웃기는 방법이겠지만 타고난 모습으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내가 그동안 사람의 겉모습을 놀려서 상처를 준 순간들을 기억해 보세요.
저는 종종 이런 표현은 아예 사전에서 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단순히 종이 사전뿐 아니라 우리의 머릿속 사전에서도 지워버리면 어떨까 합니다. 사람에게 재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편견도 가득 심어 놓습니다. 그 사람을 만났더니 오늘 하루 재수가 없었다는 말의 위력을 생각해 보세요. 그 다음에 그 사람을 또 만나면 오늘은 무슨 재수 없는 일이 생길까 하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면 또 안 좋은 일이 생깁니다. 그럼 그 사람을 다시 원망하겠죠. 악순환입니다.
징크스는 나쁜 일이 생기는 징조를 의미합니다. 불길한 징조죠. 징크스가 많으면 행복할 수 없습니다. 이래도 안 좋고 저래도 안 좋으니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죠. 재수 없는 일이 많고, 재수 없는 사람이 많은 것도 자신을 더 얽어맵니다. 본인에게 있는 징크스는 모두 없앨 수 있도록 노력하고 반대로 즐거운 징크스를 많이 만들고 기억해 두기 바랍니다. 어떤 일을 하면 좋은 일이 생긴다든지, 어떤 사람을 만나면 좋은 일이 생긴다든지 하는 것들 말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때 긍정적으로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그만하기 다행이라는 표현도 나왔고, 액땜이라는 표현도 나왔습니다. 아침에 우리가 안 좋아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똥차를 보면 좋은 일이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정말인지는 모르지만 안 좋은 상황을 좋게 생각하는 태도는 엿볼 수 있습니다. 재수 없는 일은 없습니다. 재수 없는 사람은 더 더욱 없습니다. 재수 없다는 말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됩니다. 특히 외모를 보고 재수 없다고 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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