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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신체발부 수지부모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효란 무엇일까요? 효에 대한 가장 많이 알려진 말은 효경(孝經)에 나오는 '신체발부 수지부모'가 아닐까 합니다. 몸과 신체의 털 하나까지도 부모님께 물려받은 것이니 함부로 훼손하고 상처 나게 하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라는 말입니다. 효의 시작이라는 말은 달리 말해서 이게 가장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중요하니까 처음에 두었겠지요.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나 '시작이 반이다'이런 속담도 시작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말입니다.

신체를 훼손하지 말라는 말은 받아들이는 입장이 다른 것 같습니다. 보통 어른들과 아이들의 생각이 다릅니다. 노인과 젊은이의 생각도 다릅니다. 부모와 자식의 생각에도 큰 차이가 나타납니다. 요즘의 예를 들자면 머리를 염색하는 거나 몸에 피어싱을 하는 것, 문신을 하는 것 등을 훼손으로 보는 입장과 아니라는 생각으로 나뉘게 됩니다. 유교에서 불교의 스님이 머리를 깎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할 겁니다. 머리를 자를지언정 머리카락은 자를 수 없다던 유교 선비들의 결기를 생각해 보면 심각성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신체를 훼손하는 행위는 사실 매우 심각한 겁니다. 머리를 자르고 염색하는 정도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고통스럽고 위험한 일을 하는 것이 훼손입니다. 자식이 아픈 것만큼 부모가 괴로운 일은 없습니다. 자식이 위험한 일을 한다고 하면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요? 몸을 돌보지 않고 살아간다고 하면 어떨까요? 부모는 늘 불안하고 참기 어려운 고통을 느끼게 될 겁니다. 감히 훼손하지 말라는 의미는 함부로 몸을 대하지 말라는 의미입니다. 내가 아픈 것이 부모께 고통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겁니다. 내가 아팠을 때 나보다 더 아파하는 이가 부모라는 사실을 기어하라는 의미입니다.

저는 논어를 읽으면서 가장 인간적인 공자의 모습을 다음 구절에서 발견합니다. 맹무백이라는 사람이 효도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물으니까 공자께서는 "부모는 그대의 병만 걱정하신다"고 답하셨다는 이야기입니다. "효도 별 거 없어. 아프지나 마라"라고 공자의 속마음을 보여주는 모습입니다. 거창하고 철학적인 수사(修辭)가 필요 없습니다. 때때로 자식이 부모께 말합니다. 성공해서 효도하겠다고. 그럼 부모님은 성공도 좋지만 늘 건강 조심하라고 말합니다. 효도는 그런 겁니다. 공자는 아들을 잃습니다. 공자는 가장 아끼는 제자 안회도 잃습니다. 안회의 아버지와 공자께서 나누는 대화에는 고통스러움이 가득합니다. 공자는 누구보다도 자식 건강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분입니다. 그 슬픔을 아는 사람입니다. 부모에 앞서 자식이 죽는 것을 가장 큰 불효라고 하는데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말입니다.

효도를 하고 싶다면 우선 건강해야 합니다. 함부로 내 몸과 마음을 놓아두어서는 안 됩니다. 몸은 내가 한 눈 파는 사이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신체발부는 수지부모니 불감훼상(不敢毁傷)이 효의 시작이다"는 말을 아프게 새겨야 합니다. 효는 아프지 않는 것뿐 아니라 다치지 않고, 사고 나지 않는 것도 의미합니다.

그러고 나서 효는 입신양명(立身揚名)으로 나아갑니다. 이건 유명해 지는 게 아닙니다. 만약 이름을 드날리는 것이 효도라면 효도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요. 우리 모두는 효도를 해야 하는 사람이고 효도를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입신양명은 칭찬을 받는다는 말의 다른 표현입니다. 부모가 가장 즐거워하는 일은 자식이 칭찬을 받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하고 친해지고 싶다면 자식을 칭찬해 보세요. 자식 칭찬은 늘 기쁜 일입니다. 효는 사람들에게 욕먹지 않고, 칭찬을 받는 삶을 사는 겁니다. 이는 평생 노력해야 하는 일입니다. 건강과 칭찬은 효의 두 축입니다. 아프지 않고, 사람답게 사는 삶이 효의 모든 것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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