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는 젊었을 때 LA다운타운에서 남성 정장을 전문으로 하는 의류 도매업을 했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그는 대우상사와 인연을 갖게 되었고 김우중 회장과는 형 동생 하는 막역한 사이라고 나에게 말해주었다. 그리고 마침 그때가 한국이 IMF사태로 혼란스러운 시기로 대우 사태가 한창 문제가 되어 김우중씨가 잠적한 상태였는데 그는 김우중씨가 자기 집에 있다고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묘한 말을 나에게 해 주었다. 그의 얘기를 듣고 있노라니 내가 한국 사람이란 것 하나로도 그는 나를 믿고 좋아해 주는 것 같았다.
그는 자리가 마음에 드느냐고 물어보면서 마음에 들면 나에게 그 자리를 주겠노라 약속했고, 나에게 운전 면허증을 복사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그로부터 리스 계약서를 받을 수 있었다. 미스터 랭맨(MR. LANGMAN)은 그렇게 나의 랜드 로드가 되었고 나는 그와 김우중씨의 인연으로 어렵지 않게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나 같은 아시안이 그 거리에서 스토어를 운영하는 곳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있었던 13년 동안 내가 유일한 아시안이었으며, 이후로도 그 거리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아시안은 더 이상 없는 걸로 안다. 처음 스토어를 오픈했을 때는 '얼마나 오래 버티나 보자'라는 이웃의 따가운 눈총도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 그곳에 자리를 잡으니 그들도 나를 이웃으로 친근하게 대해 주었다.
많은 한인들이 궁금해 한다. 아무런 연고도 없이 백인들이 주를 이루는 그곳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는지. 사실 생각보다 그곳 생활은 어렵지 않았다. 잘 사는 백인들의 별장 지대라 그곳 사람들은 여유롭고 관대해 남을 생각하는 배려심이 많고, 내가 실수를 범해도 이해해 주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곳 생활을 하면서 내가 차별받는다고 생각하고 살아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LA로 옮겨 왔을 때 서로를 무시하고 경계한다는 걸 짧은 시간이지만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스토어를 열고 수년이 지났을 때 나는 미스터 랭맨에게 물었다, 그때 뭘 보고 신용조회도 없이 나에게 그리 쉽게 리스를 줄 수 있었는지? 그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내 나이가 여든을 바라봐. 나도 살 만큼 살았거든. 나도 사람 보면 대충은 알아."
팜데저트를 떠난 지도 3년이 지났다. 나는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나의 세 딸에게 늘 말하곤 한다. '두두려라, 그러면 열릴 거라고, 시작이 있어야 결과도 있다고, 잘 모르겠으면 용감하기라도 하라고.
흔히 보석의 크기를 두고 '캐럿(CARAT)'이란 용어를 쓰는데, 캐럿은 보석의 무게를 나타내는 단어이다. 1캐럿은 0.2그램이고 역으로 말하면 1G은 5캐럿을 뜻한다. 1캐럿의 대략적인 크기는 원형 다이아몬드를 예를 들었을 때 6.5MM X 6.5MM 정도이며 1부는 십 분의 일 캐럿 그리고 1 링은 백분의 일 캐럿을 의미한다.
발음이 정확히 일치하는 K로 시작하는 캐럿(KARAT)은 금의 순도를 나타내는 단위로 우리가 흔히 순금을 24K라 하는데 이것은 24 캐럿(KARAT)을 약해서 말하는 것이다. CARAT과 KARAT은 발음은 같지만 이니셜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는걸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