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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만사] 아이돌 연예인을 향한 지나친 팬(Fan)심

경북 영주 시골 마을에 사는 초등학교 5학년 소녀가 인기 남자 아이돌 그룹 방탄 소년단을 향한 지나친 ‘팬(Fan)심’으로 인해 부모로부터 꾸지람을 듣게 되자 이것을 가지고 고민을 상담하는 모습이 TV로 방영되었다. 사연을 들어주던 상담사도 실소를 금치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소녀는 부모에게 한 달에 용돈 만 원을 받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의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용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일 년 가까이 차곡차곡 모아서 13만 원에 달하는 선물을 한 사실을 부모가 알게 되어 꾸중을 들었다는 얘기였다. 소녀의 말을 어이없이 듣고 있던 상담사는 “부모님에게는 가장 비싼 선물로 얼마짜리를 했느냐”고 묻자 “어머니에게는 2만 원, 아버지에게는 한 번도 선물을 해보지 않았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것이었다. 계속해서 부모님 생일은 알고 있느냐고 묻자 웃으면서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답해 상담사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이 말을 들은 상담사가 어떻게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생일은 정확하게 알면서 부모님의 생일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느냐며 자신에게 누가 더 중요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해주면서, 과도한 팬심보다는 합당한 선을 지켜야 한다고 따뜻하게 충고해 주었다. 어린 소녀도 자신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 그리고 부모가 왜 꾸중을 했는가를 이해하며 훈훈하게 상담을 마쳤다.
 어린 청소년들이 인기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를 좋아하는 일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0년대 “천 번을 접어야 만 학이 되는 사연을 전해주며 울먹였다”는 ‘종이학’이라는 노래가 유행하면서 종이학 접기 열풍을 시작으로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에게 종이학을 선물하는 풍토가 생겨났다. 당시만 하더라도 예쁜 엽서를 정성을 다해 직접 만들어 보내거나 종이학을 천 개를 접어 예쁘게 포장을 해서 보냈다. 그야말로 비싸게 돈을 주고 준비한 선물이 아니라 본인의 마음은 담은 것들을 선물로 보냈다. 소녀 팬들이 너도나도 종이학을 접게 된 데는 많은 사람을 감동하게 한 슬픈 사연에서 비롯됐다. 종이학을 부른 전영록이 군 복무를 하고 있을 때 ‘정아’라는 이름의 소녀 팬이 자신이 앞으로 5개월밖에 살 수 없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소녀라고 밝히며 “그래도 못다 핀 꿈이 있고 종이학을 접을 때마다 꿈을 기원한다.”는 글과 함께 매주 종이학이 들어 있는 팬레터를 보냈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나면서 소식이 끊겼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의 친구가 보낸 편지를 받게 됐다. 종이학과 함께 온 편지에는 “정아는 학이 되어 날아갔어요. 이제 제가 정아 대신 학을 보낼게요”라는 안타까운 내용이 담겨 있었다. 전영록으로부터 소녀의 애틋한 사연을 전해 들은 작사가는 사흘 밤을 꼬박 새우면서 종이학의 노랫말을 완성하였다. 이 노랫말은 소녀들의 감성을 자극하였고 이런 종이학의 인기 덕분에 전영록의 공식 팬클럽 이름이 ‘천학클럽’이 되었다. 이렇듯 80년대 팬심은 값비싼 선물이 아니라 본인의 마음이나 정성이 담긴 선물이었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후반 팬들의 지나친 경쟁이 청소년 문화를 지금과 같이 바꾸어 놓았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선물을 하는 것을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과연 무엇이 더 값진 선물인지 그 가치를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김태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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