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만사] 혹한도 녹여버린 배움을 향한 의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그 또한 이룰 수 있는 길이 있다. 우리가 잘 아는 형설의 공(螢雪之功)이 그 좋은 예다. 요약하면 반딧불과 눈빛으로 공부하여 이룬 공이란 뜻으로, 어려움을 이겨내고 공부하여 얻는 보람을 이르는 말이다.이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은 중국 진(晉)나라 때 살았던 차윤과 손강이라는 사람이다. 차윤과 손강은 모두 집안 형편이 매우 어려워 기름 살 돈이 없어서 밤에는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차윤은 밖에 날아다니는 반딧불을 여러 마리 잡아 그 불빛으로 공부를 했고, 손강은 추운 겨울밤에 눈 위로 반사되는 달빛에 책을 읽어 과거에 급제해 차윤은 '이부상서' 라는 지금의 장관에 이르는 높은 벼슬까지 오르고 손강 역시 오늘날 검찰총장격인 어사대부라는 높은 관직에 오르게 되었다. 이 두 사람 성공담을 짧게 표현하는 고사성어가 형설지공이다. 며칠 전 윈난성 작은 마을에 사는 8살 난 왕푸만이라는 소년의 사연이 사진 한 장과 함께 중국의 소셜미디어와 포털사이트에 올라왔다. 13억 중국인의 심금을 울리는 화제의 기사가 됐다.
극심한 추위 속에서 등교하다가 '눈송이 소년'이 돼버린 한 소년의 모습은 겨울옷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얇은 옷차림을 한 채 머리와 눈썹은 온통 눈으로 뒤덮여 서리까지 맺혔고, 볼은 추위에 빨갛게 언 상태였다. 학교에서 약 3마일 정도 떨어진 마을에 사는 그는 매일 1시간 넘게 걸어서 등교한다. 영하 9도의 맹추위 속에서도 목도리나 장갑을 하지 못한 채 걸어서 등교하다가 이런 모습이 된 것이다.
마치 한국의 60년 전 모습을 떠 올리는 이야기다. 이 사진이 중국인들의 마음을 울린 이유는 왕푸만이 농촌 출신으로 도시로 돈을 벌러 나간 농민공 자녀인 이른바 '류수 아동'(留守兒童)이기 때문이다. 부모와 떨어져 사는 왕푸만은 할머니와 누나와 함께 낡은 집에서 살고 있으며, 돈이 없어 주로 밥과 채소로 끼니를 때우고 난방 기구도 없어 장작을 때서 추위를 해결하면서 살아간다고 한다. "학교에 가는 것은 춥지만 힘들지는 않다"면서, 학업의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경찰이 되어 나쁜 사람을 잡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이 가슴 뭉클한 사연이 전해지자 중국 전역에서 성금이 쇄도해 지금까지 2만 불 정도의 성금이 모였고 윈난성 당국에서는 청소년 발전기금을 왕푸만이 사는 마을에 전달해 가난한 아이들이 겨울을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조처를 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너의 고생은 미래에 너의 길을 비춰 주는 등불이 될 거야"라는 글을 올리는 등 왕푸만에게 성원을 아끼지 않고 격려해 주었다.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싸워 이긴 한 어린아이의 향학열(向學熱)이 자신은 물론 동료 학생들도 따뜻한 환경에서 공부할 기회를 만들어 준 것이다.
한편 집 앞까지 스쿨버스가 운행되어, 데리러 오고 데려다주는 미국 학생들은 무척 행복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것이다. 거기다 눈이 오는 날에는 초중고등 학교는 아예 휴교하고 수업을 중단한다. 만약에 우리의 자녀들이 이러한 환경에 처한다면 과연 이 소년같이 어려움을 이겨내며 학업을 해 나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청소년 자녀들에게 귀감이 되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현대판 형설지공(螢雪之功)이다.
김태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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