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의 분류상 개미는 벌목에 속하는 곤충이다. 생태계의 균형을 잡는 면도 있다지만 꿀벌과 달리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더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 드나드는 집개미는 귀찮고 성가시게 하는 해충임에 틀림없다.
어느 특정 업체나 특정 상품을 소개하려는 것이 아니고, 집개미로 고생하는 우리 모두를 위해 특효상품을 소개해 집개미로 힘들어 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해 경험담을 소개한다.
몇 년 전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신축건물이어서 모든 게 새롭고 페인트 냄새도 가시지 않은 깨끗한 집이었으나 응접실에 흘린 바나나 껍질이나 수박 물을 흘린 자리에 밤 자고 나면 좁쌀보다도 작은 붉은색을 한 집개미가 집주인의 허락도 없이 어느 틈새로 몰려 들어와 새까맣게 장사진을 치고 성찬을 벌리고 있다.
'로치킬러', '앤티킬러'를 뿌리고 행렬의 끝을 따라 가다 보면 육안으로는 그들의 미로를 찾을 길이 없다. 방충작업을 하는 업체를 부르기에는 너무나 작은 작업이기에 망설이다 한 해가 지나고 두 해가 지나도 리빙룸에 흘린 과자 부스러기, 흘린 단 물 자국에 끊임없이 침범하는 작은 적들과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한국의 산야에 서식하는 들개미는 그 크기가 밥알 정도가 되고 검은 색 윤기가나며 잘록한 허리가 너무나 위태롭게 가늘다.
명절날 산소에서 차례 지낸 '고시레' 음식을 가지고 개미들은 잔치를 한다. 그들은 더듬이의 후각으로 길 찾는 방법은 현대의 네비게이션 못지않게 정확하다. 척후병이 먹이를 발견하면 특유의 페로몬이라는 분비물을 흘려서 동료들을 데리고 다시 찾아온다.
동화나 우화에서 개미는 대개 부지런하고 협동적인 성격으로 묘사된다. 종교 문헌에서도 개미가 등장 한다 우리가 자랄 적에는 개미와 베짱이라는 동화를 읽은 적 있었는데 지금도 그런 우화 책이 있는지? 모르겠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개미와 개미의 애벌레를 먹는다고 한다. 캐비아처럼 알을 먹기도 하고 멕시코, 인도, 버마, 타이 같은 열대지방에서는 양념이나 샐러드에 먹기도 한다고 하니개미가 익충이기도 한다.
지금은 농약살포로 메뚜기가 흔치 않다지만 옛날 시골 논두렁에서 메뚜기를 잡아서 모닥불에 그을려 먹던 시절도 있었다. 가을이면 메뚜기도 색깔이 여물어 누렇게 살이 오른 것을 대량으로 잡아서 가마솥에 볶아서 훌륭한 밥 반찬으로 단백질 보충에 한 목을 했다.
미국에서 집을 살 때 빠질 수 없는 검사가 '터마이트' 검사인데, 이 '터마이트'가 한국말로는 흰개미다. 기후가 온화한 캘리포니아의 해안가 어느 주택에서 터마이트 박멸작업을 하는 것을 봤는데 커다란 집 건물을 온통 대형 천막으로 둘러 덮고 장기간 약물을 주입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어느 날 우연히 들린 대형 철물점 '홈 디포' 에서 판매하는 'Terro Liquid Ant Baits'라는 휴대용 성냥갑 정도의 플라스틱 용기에 들은 투명한 액체가 든 '개미약'을 사가지고 왔다. 개미들이 나올만한 길목에 놓아두었더니 맛있는 먹이를 찾던 개미들이 먹고 마시고 개미집으로 운반해 간 후부터 는 그렇게 집요하게 침입하던 개미떼가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도 그들의 거처에서 기다리던 식솔들과 최후의 만찬을 즐기고 전멸한 것이다. 해가 거듭되어도 다시 찾아오지 않는걸 보니 완전 박멸된 것이다. 좁쌀만 한 미물을 소탕하고 나서 인간승리라고 자부하기엔 좀 부끄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