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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의 영시산책] Eating Together by Li-Young Lee

San Francisco

2008.04.16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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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시인
In the steamer is the trout
seasoned with slivers of ginger,
two sprigs of green onion and sesame oil,
we shall eat it with rice for lunch,
brothers sister, my mother who will
taste the sweetest meat of the head,
holding it between her fingers
deftly, the way my father did
weeks ago. Then he lay down
to sleep like a snow covered road
winding through pines older than him,
without any travelers and lonely for no one.

스팀 냄비에서는 생강 조각과
파 두 뿌리, 참기름으로 양념된
숭어가 끓고 잇다.

형과 누이 우리 식구가 먹을
점심 식사이다.
어머니는
생선 머리를 두 손가락으로 살짝 들고
가장 맛있는 머리 살을 잡수실 것이다,
몇 주일 전에 아버지가 하셨던 것처럼.
그리고 아버님은 누워 잠드셨다
오랜 소나무 사이 눈길처럼, 아무도 없고
아무런 외로움도 없는 모습으로

하나의 작은 스토리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몇주 후에 가족이 모여 점심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생강과 파, 참기름으로 양념된 숭어 점심이다.
옛날에 여러번 있던 점심 식사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아버님이 안 계신다.
아버님이 돌아가신 후 세상은 변한 것이 없다.
하늘도 땅도 숭어도 그대로이고 생강 파 양념, 형과 누이 어머니, 점심도 그대로이다.
그러나 시인의 세계는 변했다.
변해버린 그 낯선 세계에서 그는 낯익은 모습을 찾고 있는 것이다.
냄비에서 끓는 숭어를 보고 아버님이 어두진미 (魚頭眞味)라 하여 생선 머리를 두 손가락 사이에 살짝 쥐고 잡수시던 생각을 한다.
이제는 어머니 차례가 된 생선 머리, 어머니에 의하여 재연될 아버님의 생선 머리 먹는 행위를 생각하며 그는 어떤 위로를 받는 것일까. 세상에서 흔적 없이 사라진 아버님이다.
그러나 어디엔가 남아있을 아버님의 흔적, 숭어를 양념하는 몇 개의 생강 조각과 파 두 뿌리를 열거하며 그 낯익은 모습을 찾는 아들의 외로움이 보인다.

사랑하는 가족의 일원이 세상을 떠났을 때에 흔히 우리가 느끼게 되는 감정, 저승과 이승이 겹치는 그 이상한 영역의 스토리가 단순하면서도 효과적으로 기술되고 있다.
스팀 냄비에서 숭어가 끓고 있는 훈훈한 이승 세계가 오랜 소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눈 덮인 저승길과 대조적으로 나타난다.
솔나무 밭은 중국에 있는 아버지의 고향이었던가. 잠든 아버님의 얼굴은 차갑고 아무도 없는 솔밭길을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사랑하던 아들을 두고 가는 외로움도 없다.
외로움은 이승에 있는 아들의 것일 뿐이다.
그 솔밭 길은 아버지를 잃은 시인의 마음이기도 한 것이다.

이 리영 시인은 중국인을 부모로 자카르타에서 1957년 출생, 미국에서 성장한 중국계 미국인으로 최근 미국의 문학계에 나타난 참신하고 강렬한 시인이다.
동양 문화와 동양적 가족개념이 짙게 부각되어 나오는 그의 시는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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