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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수트' 잘 입는 법…'양복의 멋' V존 역삼각형에 달렸다

Los Angeles

2008.05.0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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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복식사를 따라가 보면, 18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남성의 의복은 여성의 그것만큼이나 화려했다. 레이스 달린 셔츠와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허리띠, 굽 높은 구두도 남성들이 애용했다.

양복을 편하게만 입자면 지금 스타일 그대로도 좋다. 하지만 당당하고 근사한 남성의 모습엔 적당한 긴장감도 필요하다.

양복을 편하게만 입자면 지금 스타일 그대로도 좋다. 하지만 당당하고 근사한 남성의 모습엔 적당한 긴장감도 필요하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이제 남성에게 남은 것은 ‘수트’ 뿐이다. 출근할 때는 물론 상례든 혼례든 간에 갖춰 입을 장소엔 양복을 입고 넥타이 매야 예의라고 여기게 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소득이 높아지고 해외 업무나 출장 기회가 많아지면서 남성들이 ‘스타일’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옷 입는 데도 격식이 있고, 여기에 자신만의 개성을 조화시켜야 한다는 사실. 뒤늦게 이 부분에 눈뜬 사람들의 고민거리가 늘게 된 이유다.

‘양복’이란 말 그대로 서양에서 온 것이니, 내 것도 아닌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걸 탓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수트 스타일’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게 된 것 역시 엄연한 현실이다.

운동복이 아니라 양복을 입었는데도 헐렁해 보이는 실루엣, 번쩍번쩍 빛나는 은회색 양복을 빼입고 과하게 멋을 낸 차림도 정답은 아니다. ‘옷차림도 경쟁력’이란 구호가 요란하니 더욱 그렇다. 고민이 깊어지는 독자들을 대신해 J-Style이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너희가 수트를 아느냐-.”

# 라펠·셔츠·넥타이의 ‘V존(zone) 법칙’

알파벳 ‘V’를 닮은 재킷의 양쪽 라펠 사이를‘V존(zone)’이라고 한다. 셔츠와 넥타이가 재킷의 라펠과 어울려 멋을 완성하는 부분이다. 수트에 받쳐 입는 것을 드레스 셔츠라 하는데 이것은 본래 재킷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으려는 용도다.

이런 목적에 따라 만들어진 드레스 셔츠의 칼라는 재킷의 깃보다 높아야 하고 소맷부리는 재킷 소매보다 1~2 길어야 제 몫을 다하는 것이다. V존에서 유의할 첫 번째는 각도 문제다. 재킷의 라펠, 셔츠의 칼라가 벌어진 각도와 넥타이 매듭의 역삼각형에서 양변이 벌어진 각도가 비슷해야 균형잡힌 V존이 된다. 두 번째는 색과 무늬다.

여기서 일반적인 공식은 셔츠, 타이, 라펠(또는 재킷) 세 가지 모두를 줄무늬로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타이와 라펠이 줄무늬라면 셔츠는 민무늬로 하라는 말이다. 본래 정통 수트 스타일에서 드레스 셔츠는 흰색 민무늬가 보통이긴 하지만 색이나 무늬 있는 셔츠도 신경을 좀 쓰면 멋지다.

V존 조합의 일반적인 원칙과 달리 감각 있는 이탈리아 멋쟁이들은 세 가지 모두 줄무늬 조합을 애용한다. 이들의 비밀은 다른 간격의 줄무늬를 섞는 것이다. 줄무늬 사이의 간격 혹은 줄무늬 자체의 폭이 서로 다른 것끼리는 잘 어울릴 수 있다.

# 개성을 뽐내려면 … 액세서리

수트에서 신경써야 할 액세서리는 커프스 단추, 시계, 벨트, 포켓 스퀘어 등이다. 셔츠 소매 끝 커프스 단추는 본래 넥타이 핀과 짝을 맞추어 하는 게 전통이지만 요즘엔 커프스 단추만 따로 하는 것이 보통이다.

커프스 초보자라면 금속으로 돼 있는 형태가 무난하다. 색깔 있는 보석 등으로 장식돼 있는 커프스도 좋지만 이때엔 시계나 셔츠의 무늬, 넥타이 색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아 어렵다. 시계는 밴드 부분이 금속 소재로 돼 있는 것이 좋다. 가죽 소재의 것으로 하려면 벨트나 구두 색과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 세 가지 모두 비슷한 계열의 색으로 맞추면 더욱 정숙해 보인다.

정장 벨트는 가죽 소재의 것으로 고르고 버클의 금속 장식은 벨트의 폭보다 과히 크지 않아야 한다. 재킷 왼쪽 가슴 부분에 꽂는 포켓 스퀘어는 접는 모양에 따라 다르게 연출해 포인트를 줄 수 있는 아이템이다.

포켓 스퀘어가 단색이라면 넥타이 색깔과 맞추기도 하지만 강렬한 원색 혹은 현란한 무늬가 있는 것은 타이를 매지 않아도 멋있다. 단, 타이 없이 화려한 포켓 스퀘어를 한 것은 공식적인 자리보다는 파티 같은 곳에 더 잘 어울린다.

# 캐주얼 데이에도 감각은 죽지 않는다

신사의 주말은 블레이저나 헌팅 재킷으로 시작된다. 금요일엔 캐주얼이 필수인 직장도 많다. 정통 수트 스타일을 이해하고 있는 남자라면 캐주얼 데이에도 감각을 뽐낼 수 있다. 감색 재킷에 금색 단추로 대표되는 블레이저는 아이비리그 대학생의 차림과도 비슷하다.

칼라 끝부분에 단추가 달려 있는 ‘버튼 다운’ 셔츠와 함께 입는 것이 공식이지만 요즘엔 꼭 그렇지도 않다. 세로 줄무늬나 체크 무늬의 재킷과 흰색 셔츠 정도면 캐주얼을 입을 때도 적당히 격식을 갖출 수 있다.

캐주얼을 입는다고 해서 꼭 넥타이를 풀 필요도 없다. 청바지에 드레스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맨 다음 블루종 형태의 재킷을 덧입는 것도 방법이다. 요즘 유럽에서 유행하는 스타일 중 하나다.

글=강승민·이진주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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