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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자의 창] 열여섯살 '엄마'

Los Angeles

2008.05.0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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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순 논설위원
지난 크리스마스때 빅뉴스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16살 짜리 연예인 여동생이 임신해서 당시 3개월째라는 소식이었다. 아기아빠가 같은 교회에 다니는 18살 남학생인 것이 밝혀지자 미디어들은 '충격'이라며 앞다퉈 대서득필했는데 이들이 미성년이란 사실보다는 '인기 스타의 반가운 임신 소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보고 놀랐다.

언제부터 사회분위기가 '성'을 연령구분없이 기성세대와 똑같이 다루게 됐나 싶었기 때문이다. 첫 눈에도 "부모되는 것이 뭔지 알까"할 정도로 어린 10대들의 임신 낙태는 더 이상 쉬쉬할 대상이 아니다.

이같은 청소년 성문제를 풀고자 부시는 취임 직후 보수주의자들이 착안한 '순결 교육'을 채택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순결 교육은 말그대로 '금욕'이 핵심이다. 종교적 성향이 강한 부시 대통령답게 '노-섹스'만이 근본적 해결이라 믿었다. 그래서 공립 중고등학생에게 '성관계는 18세 이후로 미루라'고 가르치게 했다. 이제까지 프로그램에 투입된 정부 예산만 13억 달러에 이른다.

최근 이 정책이야말로 시대에 뒤처진 '전혀 효과없는 것'이라며 민주당에서 부시를 맹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금 여학생 4명 중 1명이 성병에 감염돼 있고 2명 중 1명이 성경험이 있다는 연방질병통제국(CDC) 통계를 증거자료로 들고 나왔다. 특히 가장 많은 예산을 들인 텍사스주의 10대 임신율이 최고치를 기록한 것을 지적하면서 '불필요한(?)' 예산은 삭감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나아가 시대에 부합된다며 피임교육의 강화를 주장했다. 이미 17개주에서 '금욕 교육'을 포기했고 메인주에서는 11세 여학생들에게 부모허락 없이도 학교재량으로 교내 클리닉에서 피임도구 및 피임약을 공급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들의 주장은 언뜻 보다 현실적인 학생 보호처럼 들린다. 그러나 오히려 성을 부추겨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피임이란 성관계를 기정사실화 할 때 나올 수 있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이것을 공식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은 학생들의 섹스를 인정하는 것과 같다. 일종에 '순결 지킴이'에 대한 포기 선언이다.

아직 여성으로서 자신의 생체조직도 이해 못하고 있는 어린 중학생에게 피임약을 보여준다는 것 자체가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자극제와 같다. 한창 호기심이 왕성한 남학생에게 '콘돔을 사용하면 안전하다'며 나눠주는 것은 아예 고삐를 풀어주는 격이다. 불보듯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될 때 부모입장은 더욱 당혹스럽고 갈등에 빠지게 된다. 의회에서 '순결교육 그만둬라'하고 학교에서는 '(하되) 이렇게 하면 안전하다'고 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전통적인 가정 성교육은 설 자리가 없다.

그렇다고 방관할 수도 없는 것이 부모이다. 앞으로 등교하는 아들에겐 "콘돔 잊지말라" 딸에겐 "피임약 꼬박꼬박 먹냐"고 해야 할 판이니 아찔할 뿐이다.

최근에 만난 한 고등학교 한인교사가 "프롬파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이 손목을 끌고 억지로 집으로 데려가는 한인 부모들이 요즘 세대에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털어 놓았다. 아직 가치관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절대로 하면 안된다'고 강하게 말할 때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선택의 여지를 남길 때 나타나는 결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지금 의회에서 공격받고 있는 부시의 '노-섹스 온리(NO-SEX ONLY)'의 금욕 정책이 반대파를 물리치고 존속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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