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와 종교는 서로 이용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적 사건을 다룰 때 종교를 빼놓고 해석하기 어렵고 인간 심연을 그려내는 데 종교만큼 좋은 소재가 없기 때문이다. 종교 역시 미디어로서의 시네마를 활용해왔다.
영화에서 종교의 의미를 찾는 '시네마 종교' 시리즈를 10회 연재한다. 기독교.천주교.불교를 직접적으로 다루었거나 이를 소재로 다룬 영화를 선정했다. 선정된 영화는 대부분 최근 작품으로 환타지.드라마.다큐멘터리까지 다양한 장르를 포함했다.
시놉시스=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4남매가 안전을 위해 한 시골 마을로 옮겨 가면서 시작된다.
숨바꼭질을 하다가 막내인 루시가 옷장 속으로 숨었는데 루시가 옷장 속에서 발견한 것은 눈이 내리는 환상의 나라 나니아. 루시는 언니.오빠와 함께 옷장을 통해 나니아로 떠난다.
나니아는 이미 얼음 마녀가 지배한 지 수백년. 나니아를 봄으로 돌려 놓을 수 있는 진정한 나니아의 지도자인 사자 아슬란과 추종자들은 슬슬 힘을 모으는 중이다. 여기에 4남매가 합세해 아슬란을 따른다.
하지만 문제는 말썽꾸러기 셋째 피터. 왕을 시켜주겠다는 마녀의 유혹과 맛있는 젤리 사탕에 넘어가 마녀에게 아슬란의 위치와 계획을 알려준다. 이용만 당하다 결국 목숨의 위협까지 느끼던 중 아슬란의 무리가 피터를 구출해낸다.
마녀는 피터의 목숨을 내놓으라며 아슬란을 찾아오는데…. 아슬란은 자신이 대신 죽기로 마녀와 계약을 맺고 실제 제단 위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다음 새벽날 다시 부활하고 4남매와 함께 마녀와 전쟁을 일으켜 나니아를 회복시킨다.
직접적인 기독교 메시지=사자와 마녀는 선과 악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예수와 사탄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죄없는 사자가 죄있는 피터를 위해 대신 죽고 부활하는 장면은 상당히 직접적으로 묘사된 예수 부활 사건이기 때문이다.
아슬란이 피터 대신 죽기 위해 제단으로 오르면서 매맞고 모욕당하는 모습 역시 골고다 언덕길을 연상시킨다. 마녀의 명령에 의해 털이 깎인 아슬란의 모습은 속옷을 입은채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떠올린다.
아슬란의 죽음길을 따라가 새벽까지 자리를 지킨 자매 루시와 수잔은 예수의 무덤으로 달려간 막달라 마리아와 마리아를 표현한 것은 아닐까.
피터는 좁게는 돌아온 탕자일 수도 있고 넓게는 인간 전체로 해석될 수 있다. '왕'이라는 권력과 사탄이라는 '탐욕'에 빠져 하나님(혹은 교회) 품을 떠났다 다시 돌아오는 인간을 비유했다. 으뜸 제자이면서 예수를 세 번 부인한 베드로(피터)와 이름이 같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
2005년 만들어진 나니아 연대기가 기독교적인 색채로 해석될 수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저자 C. S. 루이스에서 찾아야 한다.
영국 캠브리지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했던 루이스는 모태신앙이었지만 15세때 자신을 '무신론자'로 명명하며 교회를 떠났다. 그러다 '반지의 제왕' 저자이기도 한 J.R.R. 톨킨 등 절친한 크리스천 친구들의 영향으로 33세에 다시 기독교로 돌아갔다.
이후 루이스가 쓴 다양한 저서와 출연한 라디오 방송 등은 기독교의 색채를 뚜렷이 반영하고 있다. 총 7권으로 구성된 '나니아 연대기'는 어린이용 환타지 소설이지만 그리스 신화 등이 적절히 섞여 직.간접적으로 기독교를 반영하고 있다.
'나니아 연대기: 카스피안의 왕자(Prince Caspian)' 두 번째 시리즈가 오는 16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