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세계에서는 성에 관한 농담이나 성관계 경험담을 쑥덕거리는 것이 대수로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힘과 권위를 과시하고픈 욕망처럼 성적인 능력과 매력을 은근히 표출하려는 심리적인 이유에서 발동되는 호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속칭 카더라 통신에 의한, 근거없는 속설을 정설인양 퍼트리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그 대표적인 것이 여자의 신체에 관한 것이며, 특히 임신 또는 임신 경험에 대한 속설이다.
예를 들어보자. ‘한 번이라도 임신했던 경험이 있는 여자는 유두가 검다.’, ‘성기에 주름이 많으면 처녀가 아니다.’라는 속설은 정설일까, 낭설일까.
로앤산부인과 송성욱 원장은 “그러한 속설은 대부분 눈에 보이는 색이나 모양을 기준으로 하는데, 근거가 아주 희박한 낭설”이라고 일축하며, “출산을 경험한 여성은 그 흔적이 어느 정도 몸에 남는 것이 사실이지만, 임신중절수술을 한 경우엔 수술 시기에 따라 흔적이 남기도 하고 전혀 남지 않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성이 임신을 하면 자연스럽게 몸에도 서서히 변화가 찾아온다. 대개 임신 초기보다는 임신이 4개월 정도 진행된 즈음부터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게 되는데, 유두와 유륜이 크고 검게 변하고 가슴의 크기도 커진다. 대음순과 소음순도 크기와 색깔의 변화가 나타난다. 또 배꼽에서부터 아래쪽으로 길게 뻗은 임신선은 임신으로 인해 생기는 아주 흔한 신체적 변화다.
그런데 임신중절수술을 했을 때 이와 같은 임신의 흔적이 계속해서 몸에 남아있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수술 시기이다. 대개 임신 4개월 이후가 되어야 가슴과 성기에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므로 그 이전에 중절수술을 받는다면 임신을 했었다는 흔적은 거의 남지 않는다. 검게 변하는 색소 침착도 저절로 없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그 흔적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또 임신선은 임신이 진행되면서 몸무게가 증가하여 피부가 터지면서 생기는 변화이므로 너무 늦은 시기에 중절수술을 받으면 흔적이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임신중절수술을 받으면 몸에 수술 흔적이 남게 되진 않을까. 송성욱 원장은 “흔히 말하는 제대로 된 병원에서 제대로 된 수술을 받는다면 수술 자체의 흔적이 남을 일은 없다”며 병원이나 의료진 선택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했다. 수술도구나 마취, 수술적 경험 등도 절대적으로 중요한 요소다. 수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수술 후 관리가 소홀하여 자궁의 손상이나 골반 내 염증, 자궁 내 유착이 생길 경우엔 중절수술에 의한 흔적이 몸에 지속적으로 남게 된다.
결론적으로 임신 초기에는 임신으로 인한 몸의 변화가 아직 시작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이 시기의 임신중절수술은 여성의 몸에 거의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따라서 남성은 물론 여성 자신이 보아도 흔적을 찾아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며 외양적으로 임신중절수술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없다. 중절수술을 받았던 경험이 있는 여성은 콤플렉스를 느낀 나머지 혹시 배우자나 남자친구가 그 사실을 알게 될까 노심초사하지만 실제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기란 매우 힘들다는 뜻이다.
여러 가지 복잡다단한 이유로 임신중절수술을 받는 여성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 남자들의 근거없는 낭설까지 들이댄다면 너무 가혹한 형벌이 아니겠는가. 남자들이여, 쓸데없는 낭설로 여자를 두 번 울리지 말자. 여자들이여, 이제 남자들의 근거없는 허튼 낭설쯤은 한 귀로 흘려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