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7위 한국은 18일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웨덴(24위)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F조 1차전에서 후반 20분 허용한 페널티킥 실점을 만회하지 못해 0-1로 졌다.
패배를 안고 출발한 한국의 여정은 가시밭길이다. LA시간으로 23일 오전 8시 로스토프 나도누에서 열리는 멕시코와의 2차전에서 무조건 승리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멕시코는 지난 17일 '디펜딩 챔피언' 독일과의 1차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처키(Chucky)' 이르빙 로사노(22·PSV 에인트호번)와 '작은 콩(치차리토·Chicharito)' 하비에르 에르난데스(30·웨스트햄)를 막는 게 중요하다.
'아즈텍 전사'들은 수비에 치중하다 빠른 역습으로 강호 독일을 무너뜨렸다. 박지성 해설위원(37)은 "멕시코가 독일의 전술적 약점을 잘 파악했고, 자신들 계획대로 경기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멕시코는 독일과의 경기에서 '역습의 정석'을 보여줬다. 전반 35분 상대 패스를 차단한 뒤 번개처럼 치고 올라갔다. 에르난데스가 날카롭게 패스를 찔러줬고, 로사노가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볼을 한 번 접은 뒤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키 1m77㎝의 윙어 로사노는 2017~18시즌 에인트호번에서 17골을 터뜨렸다. 종종 침대 밑에 숨었다가 튀어나와 동료를 놀라게 한다고 해서 영화 '사탄의 인형' 주인공 이름인 '처키'로 불린다. 박 위원은 "로사노는 역습에 특화된 선수다. 드리블·스피드·슈팅 능력을 다 갖춘 선수"라고 평가했다.
공격수 에르난데스는 2010년부터 6시즌 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뛰었다. 특히 첫 두 시즌은 박지성과 함께 뛰었다. 키가 1m75㎝로 작은 편이라 '치차리토'(스페인어로 '작은 콩')란 닉네임을 이름 대신 쓴다.
박지성 위원은 옛 동료 치차리토에 대해 "역습 상황에서 원투패스로 독일 수비진을 무너뜨렸고, 마지막에 패스까지 했다. 독일 공격수 티모 베르너(라이프치히)라면 직접 차려고 했을 텐데 치차리토는 이타적인 플레이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고 칭찬했다.
박 위원은 또 "멕시코는 독일전과 다른 전술로 한국전에 나설 것이다. 상대 맞춤형 전술을 쓰는 오소리오 멕시코 감독이 똑같은 전술로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멕시코는 한국전에서 전방압박을 많이 할 텐데, 그 상황에서 압박과 얇아진 수비를 뚫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지성 위원은 실질적인 해법으로 지난 16일 아이슬란드-아르헨티나전을 예로 들었다. 아이슬란드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를 얼음으로 얼리듯 꽁꽁 묶어 1-1 무승부를 끌어냈다. 박 위원은 "아이슬란드 선수들은 뭘 해야 하는지 스스로 알고 있다. 경기 중에도 체력을 안배하는 게 보였는데, 90분 경기인 걸 고려해 오버하지 않았고, 전술적으로 잘 준비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멕시코-독일전 관중 7만8011명 중 절반 가까이가 멕시코 팬이었다. 전통의상(판초·솜브레로) 차림으로 응원전을 펼쳤다. 한국-멕시코전이 열릴 로스토프 아레나의 관중석은 4만5000명 규모인데, 경기 날 멕시코 팬들의 초록 물결이 밀어닥칠 전망이다.
박지성 위원은 "한국-멕시코전 경기장 분위기도 독일-멕시코전 때와 비슷할 전망"이라면서도 "월드컵을 경험한 선수들(손흥민·기성용 등)이 자신의 경험을 다른 선수들에게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