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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솟대와 도리이

New York

2018.06.20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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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전통 신앙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솟대입니다. 솟대는 긴 나무 끝에 새가 앉아있는 모습으로 갈망과 신성함을 보여줍니다. 삼한 시대의 소도(蘇塗)와도 연관되기도 합니다. 천신께 제사를 지내는 곳인 소도에도 큰 나무가 있었습니다. 나무와 새는 특별한 의미를 줍니다. 솟대의 나무 모습과는 차이가 있지만 우리에게 나무도 중요한 숭배의 대상이었습니다. 성황당 나무나 오래된 나무를 귀히 생각하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일 겁니다.

나무 위의 새는 무슨 새일까요? 보통은 청둥오리나 기러기라고 말합니다. 이 새는 멀리 북쪽에서 내려오는 철새라는 점이 공통점입니다. 소식을 전해주는 새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어떤 소식을 알려줄까요? 새를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상징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철새는 기본적으로 조상과 후손을 연결해 주는 역할도 합니다. 즉 조상이 있는 땅에서 나머지 세월을 보내고 겨울에 찾아오는 새는 조상의 소식을 전해주는 것으로 생각되었을 겁니다.

전통 혼례에 놓인 한 쌍의 새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정한 부부를 상징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지만 조상께 우리의 결혼 소식을 알려주는 새로도 볼 수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새로 맺어진 한 쌍이 조상님께 인사를 올리는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청둥오리나 기러기는 멀리 바이칼 호수 주변에서 날아와 겨울을 보내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갑니다. 우리 민족의 이동을 따라가다 보면 바이칼 호수가 나오는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의미 있는 추론이 아닐까 합니다.

솟대는 우리에게만 있는 문화는 아닙니다. 시베리아에 가도 다양한 형태의 솟대가 있습니다. 정확히는 나무 위에 새를 형상화해 놓은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새가 여러 마리 올라가 있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새들의 모양은 한 마리가 날아가는 모습을 순서대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감탄을 자아냅니다. 비스듬한 나무 위에 날아가는 새의 모습을 따라 한 마리의 여러 모습이 놓여 있습니다.

일본 신사에 가면 입구에 도리이(鳥居)가 있습니다. 문 모양이어서 매우 신성한 입구로 생각되는 곳입니다. 도리이의 어원이나 기원에 대해서도 다양한 논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우선 도리이의 기원을 말할 때 한자의 의미에 충실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한자의 의미에서 실마리를 찾지 못할 때 다른 모색을 해야 할 겁니다.

도리이는 새가 머문다는 뜻입니다. 새가 앉아있는 곳이라는 의미죠. 그런데 도리이를 살펴보면 문 모양의 큰 기둥은 있지만 새는 없습니다. 따라서 새와는 관계없고 문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도리이의 기능은 옛 소도의 큰 나무와 비슷한 기능을 하고, 솟대와도 닮은 점이 많습니다. 저는 도리이에서 잃어버린 새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큐슈의 요시노가리 유적에 보면 도리이에 새가 앉아있는 모습이 나옵니다. 요시노가리는 한국의 문화와도 관련이 깊은 지역입니다. 이 밖에도 여러 도리이에서 새를 발견하게 됩니다. 예전의 도리이를 더 찾아보면 도리이 위에 새가 정말로 머물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솟대의 발달된 형태가 도리이고 도리이가 추상화되면서 새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게 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도리이를 보면서 잃어버린 새를 찾고, 솟대를 보면서 조상을 만납니다. 문화는 변화하지만 문화 속에는 우리의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경건하고 애틋한 모습으로 문화를 기억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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