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광우병 괴담 → “협상 잘못” 무시 → 국민 뿔났다

Los Angeles

2008.05.30 14:2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촛불집회 이 지경 되기까지…겸허히 의견 수렴한다더니 고시 강행 '국민 건강 아랑곳 않는 정부에 배신감'
30일 저녁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上>.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가두시위를 위해 소공동 방면으로 빠져나가고 있다(中). 촛불을 든 집회 참가자들이 빠져나가면서 남아 있는 촛불시위자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오른쪽 아래). [연합뉴스]

30일 저녁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上>.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가두시위를 위해 소공동 방면으로 빠져나가고 있다(中). 촛불을 든 집회 참가자들이 빠져나가면서 남아 있는 촛불시위자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오른쪽 아래). [연합뉴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가 발표된 이후 집회·시위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 주말인 31일~다음달 1일을 계기로 촛불시위가 확산될 전망이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31일 10만여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가두행진 시위를 예고했다. 1700여 개 정당·사회단체로 구성된 대책회의는 주말 집회에 모든 역량을 집결할 계획이다.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집회를 연 뒤 가두 행진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1일에도 촛불집회와 함께 국민주권수호연대의 ‘이명박 대통령 사임 촉구 국민행진’ ‘2차 청소년 행동의 날’이 계획돼 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까지 예고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고시의 효력이 발생하는 다음달 3일부터 미국 쇠고기 운송을 저지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협상 실패가 촛불집회 키워=30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23번째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명박 정부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고시를 강행한 이유로 ‘미국 정부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한다’고 했다”는 것은 촛불집회 자유발언의 단골 메뉴가 됐다. 집회에 참가한 회사원 권오석(41)씨는 “이 정부가 우리 국민을 위한 정부인지 미국을 위한 정부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촛불을 든 것은 광우병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국민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미국 정부와의 협상만을 중시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배신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에 때맞춰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미국과 합의했다. 노무현 정부 때 수입하지 않기로 한 30개월 이상의 쇠고기를 비롯해 광우병 유발 물질로 알려진 뼈와 골수 등도 무제한 수입이 결정됐다.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한국 정부가 수입 중단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도 협상 조건에 포함됐다. 당장 ‘검역 주권 상실’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이후 정부는 “30~50년 후 우리 아이들이 광우병에 걸릴지 모른다”는 부모들의 걱정을 ‘괴담’으로 치부했고, ‘세계인이 즐겨 먹는 품질 좋은 고기’라며 정부 광고까지 냈다. 양평에서 한우를 사육하는 함윤철(27)씨는 “정부가 국내 한우 농가에 대해서도 이만큼 신경을 썼다면 요즘처럼 외국 쇠고기 수입으로 국내 축산농가가 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을 무시하는 정부다”=장관 고시가 발표된 29일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기대도 안 했다”는 반응이었다. 그들은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이란 기대를 접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과정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부가 국민께 충분한 이해를 구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이 부족했고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바꾼 게 없다는 게 촛불집회 참가자들의 평가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29일 고시가 발표된 직후 “고시를 연기한 것은 뜨거운 국민 여론을 식히려 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쏟아냈다.

촛불집회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가해 왔다는 장모(33·여)씨는 “20여 차례나 서울 한복판에 모여 쇠고기 수입 협상 재개를 요구했지만 결국 정부는 콧방귀도 뀌지 않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충형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