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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회사가 왜 풍차를 돌릴까…명품업계도 '에코경영' 바람

Los Angeles

2008.06.06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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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영화배우 잉그리드 버그먼의 외손녀이자 이자벨라 로셀리니의 딸인 엘레트라 로셀리니(25)는 세계적인 수퍼모델이다. 전 세계를 오가며 캣 워크 준비에만도 정신이 없을 것만 같은 이 처자는 열렬한 환경운동가로도 유명하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매니어들의 모임인 SCS 회원에게 한정 판매되는 물 모양의 크리스털 제품. ‘2008 워터 프로젝트’라는 글이 선명하다. [스와로브스키 제공]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매니어들의 모임인 SCS 회원에게 한정 판매되는 물 모양의 크리스털 제품. ‘2008 워터 프로젝트’라는 글이 선명하다. [스와로브스키 제공]

뉴욕 맨해튼 대학에서 역사·경제·정치를 전공하고 있는 로셀리니는 얼마전 수퍼모델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멋지게 활용했다. 프랑스의 명품 화장품 회사인 랑콤이 CO2 절감 운동에 동참하기를 권한 것. 지난해 초 랑콤의 CF 모델이 된 덕분이다.

그는 “홍보를 위해 전 세계를 바쁘게 돌아다닐 것”이라면서도 “내가 탄 비행기가 뿜어내는 CO2가 얼마나 될 것이며, 또 이것 때문에 지구의 기후 변화가 얼마나 빨라질지 걱정도 된다”고 제안 이유를 말했다. 수퍼모델이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명품업계도 ‘에코경영’ 바람

# 스타일엔 건강한 환경이 필요하다


랑콤 CEO인 오딜 루졸은 엘레트라의 제안을 받아 들였다. “스타일엔 건강한 환경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 것이다. 그 결과 랑콤은 제품 수익의 일부를 ‘카본 펀드’(carbonfund.org)라는 비영리 단체에 기부하는 활동을 2007년부터 새로 시작했다.
엘레트라처럼 환경이 살아야 스타일도 산다는 생각은 전 세계 곳곳에서 번지고 있다.

수퍼모델 로셀리니 영입 랑콤
CO2 즐이기 ‘카본펀드’ 동참


지금처럼 환경이 뜨거운 이슈가 되기 훨씬 이전인 1993년부터 ‘환경에 대한 무한책임주의’를 선언한 아모레퍼시픽의 서경배 대표이사는 이렇게 말한다.

“환경 경영은 ‘에코 효율성’을 중시한다. 자원을 절약하는 효율성을 추구하다 보면 환경도 살리고 기업의 이윤도 늘어나는 단계로 올라선다. 더구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화장품 기업에서 아름다운 환경 가꾸기는 당연한 일 아닌가.”

이들의 노력은 모두 환경을 보호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 중 하나인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데서 나왔다. 환경에서 지속 가능성이란 생태와 생물 다양성이란 관점에서 다음 세대 역시 이를 제약 없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들이 환경에 신경을 쓰는 것은 이런 지속 가능성 때문이다.

여기에 스타일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친환경’ ‘자연주의’를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환경이 잘 보전돼야만 더 좋은 원료를 구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더해졌다.

#건강한 환경이 제공하는 아름다움

세계 최고의 크리스털 제조업체인 스와로브스키 본사는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의 와튼즈에 있다. 물 맑기로 유명한 이곳에 스와로브스키가 둥지를 튼 것은 1895년. 창업자 다니엘 스와로브스키는 ‘최고의 물’을 찾아 이곳에 회사를 차렸다. 크리스털을 만드는 데는 깨끗한 물이 필수였기 때문이다.

크리스털 제조 스와로브스키
수질보호 ‘워터 스쿨’ 운영


물과 모래로 만든 크리스털로 100년을 넘긴 이 회사는 여전히 깨끗한 물을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스와로브스키가 1999년 설립한 ‘워터 스쿨’은 물을 포함한 환경의 중요성을 어린이들에게 가르치는 국제적인 환경 교육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제조 공장에 수질 정화시설을 설치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자라나는 세대에게 물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하자는 취지다.

오스트리아 국립공원의 관리자와 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처음 시작한 이 캠페인엔 지금까지 10만 여명의 아이가 참여했다.
친환경 화장품으로 유명한 미국의 아베다는 지난해 1월부터 미국 미네소타주의 본사 생산공장과 물류 센터의 에너지 전부를 풍력으로 바꿨다.

아베다가 풍력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쓰면서 줄인 CO2 배출량은 1년에 총 3200여이다. 미국 에너지국에 따르면 이것은 446가구의 일반 가정에서 1년간 쓰는 전기 소비와 맞먹는 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비영리 단체인 대체에너지 센터의 얀 함림 회장은 아베다의 풍력발전이 “상품을 팔면서도 모두를 위한 환경 보호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도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다. 최고급 캐시미어의 세계 최대 공급자인 이탈리아 로로 피아나는 남미 안데스 산맥에 서식하는 동물 ‘비쿠냐’를 멸종위기에서 살려냈다.

페루·볼리비아·아르헨티나·칠레 등지에 사는 비쿠냐는 털이 부드럽고 가벼워 최고급 니트 등의 소재로 사용된다.

무분별한 남획으로 남미 지역에 5000여 마리만 남아 멸종 위기에 처했었지만 로로 피아나가 1994년 페루 정부, 현지 농민들과 협약을 맺고 보존 노력에 나서 지금은 15만 마리 정도로 늘어났다.

이런 노력의 결과, 94년‘멸종 위기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 ‘취약(vulnerable)’상태이던 비쿠냐는 2008년 현재 ‘낮은 위험도(lower risk)’의 동물이 됐다. CITES에 따라 거래가 금지됐던 비쿠냐는 이제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물론 덕분에 소비자는 최고급 스타일의 비쿠냐 스웨터를 입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건강한 환경이 제공한 멋진 스타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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