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갈수록 멀리 고국에 살고 계시는 오빠가 참 그립고 보고 싶을 때가 많다. 한국전쟁 때 아버지를 여의고 오빠가 동생들을 사랑하시고 보살펴 주셔서 늘 고마움에 감사가 절로 나온다.
큰 오빠는 동생들을 공부시켰지만 작은 오빠는 정신적 지주로서 동생들을 훈육하시는 일에 열심을 쏟으셨다. 두 분 다 훌륭한 스승이며 나의 멘토가 되어 주신 분들이다. 큰 오빠께서는 수년 전에 돌아가시고 이제 작은 오빠 한 분만 살아 계신다.
올여름 수년 만에 고국에 다녀왔다. 오빠가 아직 살아계신다는 사실이 나에겐 벅찬 감격으로 늘 다가온다. 올해에 한국 나이로 85세이시다. 올해 대한민국 학술원 회장으로 당선되어 열심히 활동하고 계신다. 학술원 회원이 140명인데 돌아가신 분들이 계셔서 현재는 130명 정도가 된다고 한다. 한국의 최고의 석학들이 회원들인데 자기 분야에서 명성을 날리고 큰 업적을 남긴 분들을 엄선하여 뽑는다고 한다.
서울대 출신 학자들이 80%이고 나머지 20%는 타 대학 출신이라고 한다. 역대 회장 프로필을 보면 모두가 서울대 출신이고 이공계열 학자들이었다고 한다.
오빠는 고려대학교 출신이다. 그리고 문과 계통(경영학 전공)의 학자다. 오빠는 서울대 출신 학자들이 모두 오빠에게 투표를 해주어서 90%의 찬성 투표로 당선이 되었다고 설명해 주셨다. 고려대학교에서는 학교 설립 이후 최초로 고려대 출신의 학술원 회장이 탄생했다고 큰 축하를 받았다고 했다. 회원으로 뽑히기도 하늘의 별 따기인데 회장까지 되었다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오빠를 참으로 존경하고 사랑한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오빠를 뵙고 인사를 드렸다. 올케언니가 몸이 불편해서 오빠 집에 체류 못 하게 됨을 못내 아쉬워하셨다. 민박집에 체류하는데 필요한 식료품을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지하 수퍼마켓에서 쇼핑을 해 주시겠다고 하셔서 함께 식사 후 마켓으로 내려갔다. 구부정한 허리로 카트를 이리저리 끌면서 먹고 싶은 것 다 골라 카트에 담으라고 하시면서 카트 가득히 식료품을 사 주셨다. 카트를 끄는 오빠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가슴이 뭉클해 눈물이 핑 돌았다.
학술원 회장으로서 우리나라 최고의 학자가 겸손한 자세로 카트를 손수 끄시면서 동생을 위해 시간과 돈을 쓰시는 배려에 어찌 마음이 짠하지 않겠는가. 여행하느라 피곤하겠지만 좀 웃어 보라며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유머러스한 대화를 들려주셨다.
빌 게이츠: 안녕. 천국은 어때, 스티브?
스티브 잡스: 좋아! 벽이나 담이 없거든.
빌 게이츠: 그래?
스티브 잡스: 여기선 윈도우나 게이트(문)가 필요 없어. 미안해, 빌. 기분 상한 건 아니지?
빌 게이츠: 괜찮아, 스티브! 최근에 소문을 하나 들었어.
스티브 잡스: 무슨 소문인데?
빌 게이츠: 천국에서 애플(사과)에 손을 대면 안 되고 잡(직장)도 없대.
스티브 잡스: 아, 그렇지. 천국엔 당연히 월급 받는 잡(직업)이 없고 따라서 빌(청구서)도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