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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옷 입었다…머리띠는 '패션띠'

Los Angeles

2008.06.1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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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은 변한다. 더 새롭게 변하지 않으면 외면당하는게 스타일이다. 1998년 방영을 시작해 싱글 여성의 화려한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로 크게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 ‘섹스 앤 시티’의 스타일이 10년이 지난 지금, 조금 뒤처져 보이는 이유다.

자주색 리본이 특징인 소가죽 소재 의 머리띠.

자주색 리본이 특징인 소가죽 소재 의 머리띠.

#멋쟁이 필수 아이템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여성들을 타깃으로 해 과감한 스타일을 선보였던 ‘캐리 브래드쇼’ 역시 마흔을 바라보게 됐으니 세월의 흐름 앞에서 영원한 스타일이란 존재하기 어렵다.

시대를 앞선 패션 감각을 보여주며 트렌드를 선도해 온 캐리를 밀어내고 올해 새롭게 ‘스타일 퀸’ 자리에 오른 이가 있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첫 전파를 탄 드라마 ‘가십걸’의 ‘블레어 월도프’다.

블레어는 미국 최상류층 자제들만 모이는 뉴욕의 한 사립 고교에 다니는 ‘얼짱’ 소녀. 드라마 속에서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인 어머니를 둔 블레어의 스타일은 요즘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각종 스타일 관련 프로그램과 블로그에 단골 소재로 등장할 정도로 인기다.‘블레어 스타일’로 통칭되는 그의 패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머리띠다. 올해의 패셔니스타로 떠오른 블레어의 머리띠에는 어떤 특별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 정장·캐주얼에도 딱

10년 전 캐리의 스타일을 만든 것은 의상 감독 패트리셔 필드였다. 그의 보조인 에릭 데먼이 필드를 도왔다. 보조였던 데먼은 10년이 지나 ‘가십 걸’의 의상 감독이 됐다. 왜 ‘섹스 앤 시티’에 이어 ‘가십 걸’이란 드라마가 스타일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가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블레어 스타일’에서 머리띠는 무엇을 상징할까. 어깨를 덮는 길이에 굵은 웨이브를 잘 살린 블레어의 머리 위에는 머리띠가 항상 올려져 있다. 사립고 재학생인 블레어는 평상시 교복 차림으로 자주 등장하지만 다른 학생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차림으로 눈길을 끈다. 다른 학생들과 똑같은 옷을 입으면 서도 개성 강한 머리띠로 멋을 살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레어의 머리띠가 같은 옷을 입은 사람들 속에서 튀어 보이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블레어는 격식 있는 파티에 갈 차림에도 머리띠를 한다. 고풍스러운 흰색 원피스를 입고선 작은 리본이 달린 보라색 머리띠를 걸친다. 남자친구와 함께 간 상류층의 ‘이브닝 파티’엔 속이 살짝 비치는 검정색 드레스를 입고 풀어헤친 긴머리에 어울리는 검정 벨벳 머리띠로 마무리한다.

집에서 입는 공주풍 드레스에도 머리띠는 빠지지 않는다. 카키색 민소매 드레스에 샴페인색 실크 허리띠를 하곤 같은 소재·색상의 굵은 머리띠를 한다.

물론 캐주얼에도 머리띠를 빼먹지 않는다. 짧은 청치마에 새빨간 스타킹을 신곤 여기에 어울리는 같은 계열의 강렬한 붉은 색 머리띠를 곁들이는 식이다.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의 코트를 입을 때나 마크 제이콥스의 드레스, 토리 버치의 트렌치 코트를 걸칠 때도 블레어는 늘 머리띠를 함께 코디한다.

블레어에게 머리띠는 흘러내리는 앞머리를 정리하기 위한 실용성 차원이 아니라 스타일을 살려주는 핵심 포인트다. 점점 비슷해져 가는 상류층의 명품 패션에서도 나만의 멋을 더해 주는 아이템인 셈이다.

# 이젠 개성의 상징

멋쟁이 상류층 스타일을 대변하는 ‘가십 걸’에서 머리띠가 얼마나 인기 소품인지는 블레어의 라이벌인 세리나의 스타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블레어의 절친한 친구 세리나 역시 스타일에 있어선 누구 못지않은 캐릭터다. 귀엽고 깜찍한 이미지의 블레어와 달리 성숙한 여인의 차림새가 더 어울리는 세리나는 머리띠가 아니라 스카프로 머리 장식에 신경을 쓴다. 머리띠가 있어야 할 자리를 곱게 접은 스카프로 치장했다고 해서 70년대 ‘아줌마 스타일’을 연상해선 안 된다. 드라마에서 10대 후반으로 그려지는 소녀들에게도 잘 어울릴 만큼 스타일은 뒤지지 않는다.

올해 유행 아이템으로 떠오른 머리띠지만 국내에선 10여 년 전 이미 유행 바람이 불었었다. ‘청담동 며느리 패션’을 통해서다. 작은 리본이 달린 굽 낮은 페라가모 구두를 신고 단정하게 머리 모양을 잡아주는 머리띠를 한 여성 스타일을 이렇게 불렀다. 90년대 후반은 국내 대중들 사이에 명품 바람이 불기 시작한 때였다.

원래부터 명품을 소비하던 부유층 자제들은 화려한 명품으로 치장하기보다는 이렇게 단아한 모양새를 강조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블레어의 머리띠는 청담동 며느리의 그것처럼 ‘고급’을 나타내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블레어의 머리띠는 2008년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 새로운 스타일, 다양한 개성으로 거듭났다. 청담동 며느리는 비슷비슷한 치마와 블라우스에 단정하기만 한 머리띠를 걸쳤다면 블레어는 TPO(시간·장소·상황)에 따라 다채로운 스타일의 머리띠로 멋을 낸다.

단정한 스타일엔 하늘색이 무난

 이제 ‘캐리’는 잊고 ‘블레어’가 될 때다. 너무 앳되 보이기만 해서 유치하게 보일까 걱정인 사람을 위한 J-Style의 스타일 제안이다. 톱 클래스 의상 감독이 만든 블레어 스타일을 따라가 보자.

블레어는 어깨가 부풀어 오른 드레스를 입을 땐 머리 모양도 웨이브를 많이 넣고 여기에 어울리는 머리띠를 한다.
드레스와 비슷한 풍성해 보이는 실크 소재에 자수가 들어간 화려한 스타일의 머리띠다. 전체가 볼륨감 있게 보이도록 하면서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드레스에 촘촘한 무늬의 자수가 많고 어깨에 케이프까지 걸쳤을 땐 또 다르다. 비슷한 색깔이긴 하지만 얇은 머리띠를 얹어 옷에 시선이 집중되도록 조절한다.

드레스 자수와 케이프라는 복잡한 요소가 겹쳐 있기 때문에 액세서리는 간단한 것을 고르라는 것이다. 아이비리그 학생처럼 진청색의 단정한 조끼에 푸른색 셔츠를 받쳐 입었다면 아주 옅은 하늘색의 무난한 머리띠를 한다. 장식이 별로 없지만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는 모양새다.

교복 차림처럼 개성 표현이 어려운 경우에는 액세서리에 더 강한 효과를 주면 확실하다. 소심하게 멋을 내면 어설프다. 블레어처럼 큼지막한 새빨간 리본이 달린 머리띠로 한껏 개성을 뽐내 보는 것도 스타일을 변화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허리에 묶는 리본이나 벨트, 손에 든 가방과 머리띠를 적절히 조합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비슷한 계열의 색이나 무늬로 ‘벨트+머리띠’, ‘가방+머리띠’를 맞추면 좋다.

글=강승민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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