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평온한 뉴욕의 오전. 센트럴파크에서 한 여대생이 머리핀으로 자신의 목을 찔러 자살한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사람들이 뭔가에 홀린 듯 스스로 목숨을 끊기 시작한다. 고층건물의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이 떼를 지어 뛰어내리고 길가의 인파들은 달리는 자동차에 몸을 던진다. 누구도 규정할 수 없는 이 기현상은 전국으로 퍼지고 사람들은 공황상태에 빠진다.
감독 : M. 나이트 샤말란 각본 : M. 나이트 샤말란 주연 : 마크 윌버그·주이 디샤넬· 존 레귀자모·애쉬린 산체즈 제작 : 20세기 폭스
장르 : 스릴러 등급 : R
필라델피아의 한 고등학교 과학교사 엘리엇(마크 월버그)은 부인 알마 동료 교사인 줄리안 줄리안의 어린 딸 제스와 함께 이 기현상을 피하려 도시를 빠져나가는 기차에 탑승하지만 철로의 붕괴로 멀리 가지 못한 채 한 시골마을에 머물게 된다. 이들은 원인도 모르고 피할 방법 역시 몰라 두려움에 떠는 그곳의 사람들과 함께 필사적으로 피난처를 찾아 나선다.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신작 '해프닝(The Happening)'은 '만약 자연이 인간을 배신한다면'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재미있는 부분은 이처럼 비논리적이고 비과학적인 현상에 맞서는 주인공이 '과학교사'라는 점이다. 주인공 엘리엇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현상을 과학적인 근거를 들이대며 해석하려 하지만 끝까지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한다.
그러나 그의 '과학에 바탕을 둔 논리'야말로 진정 관객들을 소름끼치게 하는 매개체다. 마치 "매일 밤 창문을 두들기고 사라지는 괴이한 할머니가 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 창문은 복도가 아닌 건물 바깥쪽으로 향하고 있어 공중에 떠있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면 결코 그쪽의 창문을 두들길 수 없다"는 세상에 떠도는 '민간 괴담'과 같은 맥락이다.
사람들이 자살해 나가는 부분 또한 시각적으로 끔찍하다기 보다는 죽음을 선택하는 과정을 관객들로 하여금 상상하게 만들어 공포를 자아내는 '스마트'한 전개를 펼치기도 한다.
샤말란 감독의 대표작들인 '식스 센스(Sixth Sense)'나 '빌리지(Village)' 같은 화끈한 반전은 없지만 동양의 정서를 듬뿍 담은 그래서 우리에게 더욱 친근한 방식으로 섬뜩하게 만드는 그의 솜씨가 살아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