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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봐! 선글라스 시초는 '눈빛 감추기' 패션으로 진화까지

Los Angeles

2008.06.2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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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기 중국서 범인 추궁때… '눈치 못 살피게-' 착용설
<퀴즈>
다음 중 선글라스의 용도가 아닌 것은?
① 타인에게서 내 시선 감추기
② 유해 자외선으로부터 눈 보호
③ 스타일을 살리는 액세서리
④ 항공기 조종 시 어지럼증과 구토를 막기 위한 목적

본래 조종사들이 쓰던 선글라스는 눈과 테 사이에도 빛을 차단하는 가리개가 있었다.

본래 조종사들이 쓰던 선글라스는 눈과 테 사이에도 빛을 차단하는 가리개가 있었다.

답은 '없다'이다. 네 가지 보기 모두 정답이기 때문이다. 다만 각각의 목적이 추가된 시기가 다를 뿐이다. 오래된 안경이나 선글라스의 역사에 관해 주로 집필해온 프랑카 아체렌자는 1997년 펴낸 '아이 웨어'에서 흥미로운 주장을 했다.

"선글라스의 원조는 서양이 아니라 중국이다. 13세기 중국의 판관들이 피의자를 조사하며 범인이 자신의 눈치를 살피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썼던 것이 시초"라는 것이다.

물론 출처는 불분명해서 '소문(rumor)'에 그렇다고 썼다. 1세기 로마의 네로 황제가 큰 에메랄드를 통해 검투사의 경기를봤다는 기록도 전해지지만 그것은 선글라스가 아니라 시력이 매우 나빴던 네로 황제의 시력 교정용으로 쓰였다는 설이 오히려 유력하다.

중국 송나라 시대 선글라스는 뿌연 연수정을 렌즈로 썼기 때문에 시야가 밝지 못했다. 15세기 이탈리아에서 시력 교정 기능이 가미된 색깔 렌즈가 개발돼 중국에 다시 들어왔을 때도 중국에선 여전히 판관들만 썼다. 18세기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에스코가 녹색과 푸른색의 시력 교정용 렌즈와 다리가 달린 안경을 개발했지만 유해 자외선을 막는 기능은 없었다.

현대적 의미에서 원조 선글라스로 알려진 '에이비에이터'는 사실 '선글라스 렌즈'의 원조다. 20세기 초반 미국의 열기구 조종사였던 존 매크레디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광학기구 업체인 바슈&롬사에 햇빛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렌즈 개발을 요청했다.

바슈&롬이 '눈부심 방지'로 특허를 획득한 렌즈를 만든 것이 1936년이고 이듬해 바슈&롬은 속칭 '라이방'으로 불리는 '레이 밴' 브랜드를 설립했다.

브랜드 이름 그대로 '광선을 차단한다'는 레이 밴의 기술력이 알려지자 미국 공군은 비행 중 구토와 어지럼증을 호소하던 조종사들을 위해 공식 군납품으로 채택했다. 바로 '에이비 에이터' 형태의 선글라스다.

이보다 앞선 1929년 미국인 샘 포스터는 뉴저지주에 상점을 내고 멋쟁이들을 위한 선글라스를 팔기 시작했다.

패션으로서의 선글라스를 처음 선보인 포스터는 포스터 그랜트라는 회사를 세우고 본격적인 선글 라스 판매에 돌입한다.

60년대 린다 패로 같은 선글라스 디자이너들이 발렌시아가처럼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과 손잡고 선글라스와 안경을 만들어 이를 할리우드 스타들이 적극 소화하면서 액세서리 선글라스 시대는 막을 활짝 연다.

선글라스가 지금처럼 대중화된 것은 명품 브랜드들이 사필로나 룩소티카 같은 회사와 손잡고 라이선스 생산을 시작한 90년대부터다. 88년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룩소티카와 처음으로 계약을 하고 선글라스를 판매한 이래 프랑스.이탈리아의 명품 브랜드들도 뛰어들었다. 아르마니는 2006년 룩소티카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대신 사필로에 새로 라이선스를 주기도 했다.

선글라스에서 렌즈의 색깔은 스타일이나 패션에 따라 다르지만 녹색.회색.노란색.갈색 등이 주로 쓰인다. 더 다양한 색깔로 하지 않는 것은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색의 왜곡를 막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운전할 때는 녹색 계통의 빛을 더 많이 받아들이는 녹색 렌즈 선글라스를 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반적으로 색 왜곡이 가장 적은 것은 녹색과 갈색 렌즈고 선글라스에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회색이다. 렌즈의 자외선 차단율 등에 관해서는 각국이 기준을 따로 정하고 있다. 미국은 ANSI Z80.3-1972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유럽은 EN 1836:2005 호주는 AS 1067을 쓴다.

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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