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도심을 흐르는 강을 따라 유람선을 타고 가다보면 현대건축으로 유명한 시카고 스카이라인 외에 또하나의 독특한 명물 '춤추는 정장맨' 을 만나게 된다.
날마다 저녁이 되면 화려한 색깔의 정장을 입고 다리 위에서 유람선을 향해 특유의 춤을 추는 그에게 유람선 관광객 뿐 아니라 시카고 시민들은 '정장맨'이란 애칭을 붙여줬다. 그의 본명은 빈센트 포크(58.사진). 일리노이주 쿡카운티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한다.
시카고 트리뷴은 24일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뒷이야기를 소개했다.
태어날 때부터 녹내장으로 법적 맹인인 그는 아기때 버려져 교회와 고아원에서 자라다 8살때 메리와 클라렌스 포크 부부에게 입양됐다. 양부모는 그를 사랑으로 키웠고 일리노이 주립대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한 그는 1980년대 중반 쿡카운티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취직해 컴퓨터에 가까운 기억력을 과시하며 최고의 프로그래머로 인정받았다.
그러던 그가 시카고 도심 다리 위에서 형광색 핑크 금색 등 라스베이거스 무대 의상을 방불케 하는 정장을 입고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은 2002년 양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부터였다.
유일한 가족이었던 어머니가 떠난 후 그는 다시 혼자가 됐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퇴근 후 저녁이면 집 근처 다리로 가 유람선을 향해 손을 흔들기 시작했다.
이후 날마다 손을 흔드는 그를 알아본 유람선이 뱃고동을 울려 답하기 시작하자 그는 손을 흔드는 데서 한발 나아가 형형색색의 화려한 정장을 입고 빙글 빙글 춤을 춘 뒤 정장 웃옷을 벗어 머리 위로 돌리는 인사를 이어갔다.
시카고의 NBC 5 는 2003년 거리 스튜디오를 만든 뒤 지난해까지 금요일 아침 뉴스가 끝날 때면 스튜디오 밖에 있는 포크의 춤추는 모습을 5초간 방송해왔고 현재는 ABC 7 밤뉴스에서 종종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덕분에 그는 거리의 시민들은 물론 시카고 TV 시청자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인물이 됐다.
유람선 선장인 살림 무하메드(28)는 "하루라도 그가 안보이면 궁금하다. 그는 시카고의 명물이 됐다. 유람선의 관광 가이드가 시어스 타워 등 시카고 관광명소와 함께 '정장맨'을 소개하면 관광객들은 열광하며 모두가 즐거워한다"고 전했다. '정장맨' 포크는 아직도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다.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고 싶다. 누군가를 웃게 하면 나도 행복해진다." 그가 화려한 정장 춤을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