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한국에 돌아갈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이라 가르치는 책들도 거의 다 한국 책들이다.
한국의 특목고에 가려면 중3인 학생들도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인 '공통수학' 정도는 23번 봐야 입학시험을 볼 수 있단다. 해서 여기 유학 온 아이들이 한국에 돌아가 특목고에 가려고 미리 선행학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중에 한 아이가 유난히 특출나다. 지금 여기서 8학년인데 소위 천재급의 아이다.
가족이 모두 이민와 한국 수학이 필요 없고 게다가 이미 AP Calculus 까지 시험을 봐서 '5점' 만점을 받은 아이인데 다시 한국 수학을 하고 있다. 이미 고등학교 과정을 끝낸 거나 마찬가지인데 뭐 때문에 한국 수학을 다시 하느냐고 물으니 한국 수학이 좀 더 어려워서 한단다.
그리고 미국 수학 경시 시험을 보면 가끔 못 푸는 문제도 나와서 그런 걸 대비하고 싶단다. 숙제를 많이 내 줘도 전혀 부담을 갖지 않는다.
글쎄 잘 모르겠다. 난 평범하게 자랐고 물론 집사람도 평범하게 자랐고 내 아이도 평범하게 자라고 있다. 공부하는 것 보다 노는 게 더 좋았고 지금도 일하는 것보다 노는 게 더 좋은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알게 된 뛰어난 아이를 보니 뭔가 다르다는 걸 느끼긴 해도 그리 와 닿지는 않는다. 학교에서는 11학년으로 올라가라고 하고 지금 8학년 아이가 한국의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의 수학을 막힘없이 해 나가고 있다. 수학 뿐 아니라 영어도 뛰어나 시에서 하는 영어 토론 대회에서 우승할 정도다. 존스 홉킨스 영재교육센터에서도 초청장을 받은 상태이고.
내가 이 아이를 가르치는 그 시간 밤 늦은 시간인데도 우리 아들은 학교 체육관에서 벌어지고 있는 농구 시합 구경에 여념이 없었고 우린 평균 80점에 다들 기뻐하고 토요일에는 운동장에 나가 열심히 축구공 쫓아 다닌다.
난 언제나 내가 좀 더 머리가 좋았으면 싶었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나와는 조금 다른 어쩌면 내가 희망했던 그런 모습의 아이를 보고 있으니 그냥 나의 이 모습이 마음껏 뛰놀고 오늘은 첼로 연습 안하겠다고 맨날 실랑이하며 지내는 평범한 우리 애의 모습이 더 살갑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