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동성결혼 합법화' 의견 들어보니···종교인들 '곤혹스럽다'

Los Angeles

2008.07.01 10:45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반대의견 우세속 심적 혼란 양상, 교인들도 신앙·생업 틈에서 갈등
왼쪽부터 한기형 목사 '성서적으로 잘못 주례 안 서겠다', 정브라이언 신부 '출산 없는 하나됨 하느님 뜻 아니다', 범경스님 '결혼은 관습일 뿐 다양성 수용해야'

왼쪽부터 한기형 목사 '성서적으로 잘못 주례 안 서겠다', 정브라이언 신부 '출산 없는 하나됨 하느님 뜻 아니다', 범경스님 '결혼은 관습일 뿐 다양성 수용해야'

동성결혼은 지난달 16일 가주에서 합법화됐으며 일주일 만에 LA카운티에서만 1800건의 동성커플 결혼 증면서가 발급됐고 960건의 결혼식이 진행됐다.

동성결혼은 지난달 16일 가주에서 합법화됐으며 일주일 만에 LA카운티에서만 1800건의 동성커플 결혼 증면서가 발급됐고 960건의 결혼식이 진행됐다.

가주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면서 한인 종교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신자들은 심적인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신교와 가톨릭의 한인 목회자와 사제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보였다. 우선 가장 근본이 되는 성경의 말씀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한기형 나성동산교회 목사는 "일단 성서적으로 원칙에서 벗어났다. 잘못된 법은 고쳐져야 된다"며 반대했다.

"사람이 모두 자기 욕구에 채우며 살아갈 수는 없다. 아픔을 감수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돈이 많다고 해서 마약을 하는 것이 합법화 되는 것이 아니듯이 동성결혼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한 목사는 "잘못된 법이기에 주례를 설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그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도록 기회가 된다면 권면하겠다"고 밝혔다.

기독교계 리더들 일부는 동성커플 주례를 서는 것이나 교회를 빌려주는 데는 반대하지만 인권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갈등하고 있다고 답했다.

성마태오 한인성당의 정 브라이언 신부는 "하나님은 인간을 만들 때 여자와 남자로 만들었다. 거기엔 목적이 있다. 그건 일치와 출산이다. 동성애자들이 일치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출산은 안된다"고 말했다. 인권적인 면에서 서로 사랑하고 같이 사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안타까워 하면서도 동성애자 결혼 합법화는 전통적인 가정의 개념을 깨는 것으로 기초를 흔드는 것으로 봤다. "만약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 아닌 하위 제도를 수정하는 것이 맞다. 결코 합법화는 맞지 않는다."

이에 비해 불교계는 좀 더 너그럽다. 남성과 여성으로 가정을 이루는 것은 사람들의 관습에서 오는 것이며 불교 교리에서 어긋남은 없기 때문이다.

범경(고려사) 스님은 "동성간의 결혼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남녀가 결혼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관습일 뿐이라는 시각이다.

"우리가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지 그게 절대적으로 맞는 것이 아니다." 불교 교리에 동성애 자체가 어긋난 다는 내용은 없다는 것이다. 때가 되면 새로운 일들이 생기고 변화하기 마련이고 동성결혼도 그 중 하나라고 태도다. "동성애자들도 자신이 원해서 그렇게 된 것만은 아닐 것이다. 또 남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니 죄악이 아니다. 다양성을 수용해야 한다."

신자들도 입장도 엇갈린다. 기독교인이자 웨딩관련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인들은 대부분 신앙과는 별개로 보겠다는 입장이다.

타운내 '계정자 꽃집' 김순자 대표(개신교)는 "사실 크리스천으로 비즈니스가 아니라면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고객을 거부하면 안된다는 것'이 비즈니스하는 사람으로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를 운영하지만 기독교인으로서 거부하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가디나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장성식(개신교) 대표는 "종교적으로 합법적이지 않기 때문에 손해를 봐도 안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외에도 기독교인이지만 신앙적인 면보다는 인권적인 면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하는데 차별을 두면 안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주류사회서도 '인정-거부' 갈등 계속

주류사회도 심적인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A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동성결혼 합법화에도 불구하고 동성 결혼식 자체가 진통을 겪을 것으로 보이며 종교인들도 종교와 인권 종교와 비즈니스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다.

레즈비언 커플 제시카 클럭과 나탈리나 배차도 결혼식에 우여곡절을 겪었다.

웨딩 꽃을 준비하기 위해 옐로우 페이지를 통해 찾은 꽃집에 무지개 장미 부케를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또 레인보우 컨셉의 케이크 주문에도 어려움을 겪어 결국 두시간이나 걸려 케이크를 주문할 수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플로리스트 사진작가 베이커리 등 웨딩 관련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기독교인들이 비즈니스와 개인적인 신앙 사이에서 갈등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크 포레스트에 거주하는 에릭 넬슨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웨딩 사진작가이자 교회의 교역자인 그는 7월에 이미 동성커플의 결혼 사진을 찍기로 예약을 받아 놓은 상태다.

넬슨씨는 종교적인 믿음과 비즈니스는 별개라고 밝히면서도 사진은 찍겠지만 동성커플 결혼식 주례는 맡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1201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지난 4월 실시한 라이프웨이의 리서치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48%가 동성연애 자체를 '죄악'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종교인들이 현실과 종교 사이에서의 혼란이 계속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세분화해보면 가톨릭 신자의 39% 개신교인의 61% 복음주의자 크리스천 79%가 동성애는 죄악이라 응답했다.

동성결혼은 지난달 16일 가주에서 합법화됐으며 일주일 만에 LA카운티에서만 1800건의 동성커플 결혼 증면서가 발급됐고 960건의 결혼식이 진행됐다.

오수연 기자 [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