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며 잠들고 아침이면 떠오르는 햇살에 눈을 뜨는 노천에서의 야영은 한여름의 낭만이다. 원래 비바크(Biwak)는 독일어로 계획되지 않은 불시의 야영을 뜻한다. 고대 유럽 산지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다가 중간에 해가 지면 아무런 장비 없이 불을 피우고 야영하는 것에서 기원했다.
침낭도 없이 밤을 지새우는 것이 본래의 의미였지만 현대에는 등산처럼 레저활동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장비를 갖추고 하는 비바크 산행이 대중화된 것이다.
전문 등산가들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비바크를 즐기지만 일반인에게는 여름이 제격이다. 열대야를 말끔히 잊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콘크리트 벽에 둘러싸여 생활하던 사람들에게는 색다른 경험이 된다. 하루 이틀 쯤 자연 속 유목민이 되어 보는 것이다.
자장가 불러주는 물소리 아침을 깨우는 새소리
"아무 걸림 없이 대자연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비바크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자연의 관찰자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임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황홀한 거죠."
산악인 이치성(43)씨는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전국의 산으로 비바크 산행을 떠난다. 이씨는 아침에 눈 뜨면 맛 보는 홀가분하고 개운한 느낌이 비바크 중독(?)의 이유라고 말한다. 비바크 다음날은 동틀 무렵이면 누가 깨우지 않아도 저절로 눈이 떠진다. 잠꾸러기 아이들도 집에서와는 딴판. 근처에 계곡이라도 있다면 피어오르는 안개와 산의 어울림이 한 폭의 동양화다. 사방은 자연의 병풍으로 둘러쳐 있고 코 속을 헤집는 상쾌한 풀내음이 폐속까지 스며든다. 누워서 보는 아침 첫 풍경이 이처럼 호사스러울 수 있을까.
밤의 낭만은 또 어떠한가. 교교한 달빛 아래 뻐꾸기 소리 안주 삼아 마시는 술 한 잔은 보약에 다름 아니다. 산에서 마시는 술은 쉬이 취하지도 않는다.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오가는 술 잔 사이에는 나이도 없고 성별도 없다. 다만 정다운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 어깨를 부딪히며 아웅다웅하던 도시인은 간데 없고 시나브로 서로를 의지하는 자연인만이 남아있다. 단 하루지만 자연은 넉넉한 여유를 가르친다.
침낭 하나면 반은 준비 끝
침낭은 비바크의 필수품이다. 성능 좋은 침낭과 매트리스만 있다면 비바크 준비는 거의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름이라도 한밤 산속에서는 한기가 느껴지므로 보온성이 좋은 것을 사용한다. 30만원선이면 한겨울을 제외한 모든 계절에 사용할 수 있는 침낭을 구입할 수 있다. 침낭은 오리털이나 거위털이 내장된 다운(down)침낭이 적합하다.
다운이 1300g이상 들어 있다면 겨울에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보온력이 좋다. 비바람과 습기를 피할 수 있는 침낭 커버도 필요하지만 비가 오지 않는 한 한여름에는 굳이 준비하지 않아도 좋다. 아침 이슬 정도는 살짝 맞아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비바크는 가능하면 일찍 시작하는 것이 기본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마땅한 장소를 찾기가 어렵다.
눈이나 비가 올 때는 잎이 큰 나무 밑이나 바위 아래 같은 은신처가 좋고(한겨울에는 능선에 설동을 파고 자기도 한다)날씨가 좋을 때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초보자들은 해충이나 뱀 등의 위험요소를 걱정하지만 방법은 있다. 침낭 주위에 담뱃가루나 백반을 뿌려두면 된다. 또는 1인용 텐트와 흡사한 비바크색(Biwaksack)안에 침낭을 펴고 누우면 아늑하면서도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