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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싸움의 정석' 을 알아야 타결 서명할 때 즐겁다

Los Angeles

2008.07.2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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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파악·친근감 형성 등 전략전술…막히면 다른 안건 올려 국면 전환도
정치나 외교, 비즈니스의 세계는 협상이 모든 걸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승부가 여기서 갈라지기 때문이다. 전략과 전술이 승부를 가름하는 것은 무기로 하는 전쟁이나 협상이나 매한가지다.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고 보다 많은 걸 얻어내는 전략과 전술을 알아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인생사 역시 협상에 좌우되기도 한다. 인간관계가 곧 이해관계라서다. <편집자>

중국 베이징에 명품 짝퉁시장이 있다. 몇 년 전 이곳의 한 상점을 찾아 시계를 고른 후 나는 주인이 제시하는 가격의 10분의 1을 주겠다며 대폭 깎았다. 사전에 여행가이드가 그렇게 하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주인은 가격을 내려주다가 어느 선까지 내려오자 이게 마지노선이라며 배수진을 쳤다. "그럼 안 사겠다"며 돌아서자 주인은 그런 나를 다시 불러 더 깎아줬다. 2년 전 이 시장을 다시 찾았다. 10분의 1 전략을 폈지만 예전과 달리 주인은 대꾸조차 하지 않았다.

돌아서도 붙잡지 않았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일행 중 한 명은 아주 싼값에 시계를 샀다. 그는 처음에 상점의 젊은 여자 주인에게 '예쁘다'는 말을 붙였다고 했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한 후 값을 깎아달라고 했더니 그렇게 하더란다. 더 이상은 못 깎아준다며 버티자 이 사람은 대신 "50개를 사겠다"고 제안했고 그 바람에 값을 더 깎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얘기를 들었을 당시 나는 이전엔 10분의 1 전략이 통했는데 이번에는 왜 안 먹혔는지 난 실패했는데 저 사람은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는데 협상에 관한 이 두 권의 책을 보면서 이런 의문들이 풀렸다.

두 책의 가르침 제1조는 협상을 하기 전 상대방에 대해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전 백승'이라거나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과 일맥 상통한다. 가령 상점을 처음 방문했을 때 나는 주인들의 행태를 가이드로부터 들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10분의 1 전략을 폈다.

그러나 상점 주인은 나를 전혀 몰랐다. 그러니 '돌아서는 척'하는 게 아니라 '진짜 돌아가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몇 년 후 다시 방문했을 때는 주인이 '나'를 잘 알고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한국인을 상대하면서 상점 주인들은 한국인 고객의 특성을 잘 알게 됐다. 그런 후 이 책의 가르침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상대가 강하게 나오면 책에서 말하는 압박전술을 펴면 그 제안을 무시하거나 오히려 역으로 압박전술을 펴라는 가르침이다. 그러니 주인은 '살 테면 사고 갈 테면 가라'는 식으로 압박했다.

협상을 시작할 때 목표 가격을 높게 잡으라는 가르침도 있다. 그래야 물건을 사려는 사람은 유리한 가격에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짝퉁시장에서 처음에 싸게 살 수 있었던 건 10분의 1 가격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란 얘기다. 그러나 이도 어느 정도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은 안 된다고 한다. 정당한 이유를 댈 수 있는 최고 가격 그게 목표가격이라는 지적이다.

이 책들은 또 협상은 인간관계라고 강조한다. 상대방과 교감을 함으로써 믿음과 친근감이 생기면 협상이 순조롭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이 흥정에 성공했던 건 상점 주인과 친근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더 이상 가격을 못 내리겠다며 압박 전술을 펼 때는 국면을 전환하라는 가르침도 있다. 그럴 때는 가격에 매달리지 말고 서비스와 품질 등 다른 안건들을 같이 테이블에 올려 협상하라는 얘기다. 상점 주인이 더 이상 가격을 못 내리겠다고 하자 그 일행은 대량구매라는 카드를 테이블에 올렸기 때문에 흥정에 성공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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