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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원티드

San Francisco

2008.07.2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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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실에 달린 인간의 생명
<원티드> (Wanted)는 단순하고 통쾌한 액션 영화를 찾는 사람들에게 딱인 영화다.
웨슬리 (제임스 맥어보이 분)는 소심한 회계 담당 직원이다. 거구인 여성 매니저로부터 심한 구박을 받으며 고단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동거 중인 여자 친구가 같은 회사 동료와 딴 짓을 하고 있어도 모르는 채 넘어간다. 사는 곳은 기차길 옆 오막살이고, 은행 잔고는 바닥나 있다.

이런 따분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웨슬리 앞에 폭스 (안젤리나 졸리 분)가 나타나 다짜고짜 자기네 조직, ‘프래터니티’로 데려간다. 약 천 년 전부터 조직돼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방직 공장이면서 암살자들의 단체이기도 하다. 공장 직공들이 다 전문 킬러들이란 얘기다. 한 명의 희생으로 여러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암살을 자행해 오고 있는 조직이다.

어려서 자신을 버린 아버지가 사실은 이 조직의 최고 킬러였는데 최근 조직의 배신자에게 살해당했다고 알려주며, 웨슬리에게 조직에 동참할 것을 종용한다. 웨슬리는 아버지의 원수도 갚고, 틀에 박힌 삶에서 벗어나고자 조직 가입에 동의하고, 폭스의 지도 아래 프로 킬러가 되기 위한 혹독한 훈련에 돌입한다.

영화의 전체 줄거리가 심플하지만 그런 대로 중반까지는 탄탄한 준비 과정을 보여주는데 후반으로 가면서 스토리가 허술해진다. 두어 차례 반전이 있기는 하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반전이라 별로 놀랄 것도 없다. 방직기가 직조한 코드가 가리키는 사람을 암살해야 한다니 이야기 소재는 사실 좀 황당한 편이다. (방직기가 지능을 가진 것도 아닐텐데 어떻게 사람의 이름을 지적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원작이 그래픽 노블 (Graphic Novel; 그림 소설)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자.

그래도 통렬한 액션을 만끽하는 데는 문제없다.
바나나 킥처럼 곡선으로 휘어 날아가는 총알의 탄도나, 총알로 총알을 막아내고 나는 파리의 날개만을 명중시키는 솜씨는 신기(神技)다. 차 추격 장면 중 자동차가 공중제비를 도는 장면 같은 건 가히 예술이다. 깊은 협곡 사이의 교량을 지나던 열차가 계곡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은 장관을 연출한다. 이쪽 건물 복도 끝에서부터 바람 같은 속도로 달려 유리창을 뚫고 나가면서 건너편 건물에 포진한 적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모습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기막힌 장면이다.
마지막의 총알 테이크 백 장면은 감독의 뛰어난 연출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한 알의 총알이 발사됐던 총구로 돌아가면서 주인공을 괴롭혔던 것들을 일거에 짚어주고 있다.

주인공 역의 제임스 맥어보이는 액션 영화 주연으로는 왜소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그는 현재 헐리우드의 떠오르는 별이다. 최근 출연작들이 <나니아연대기 1편> , <어톤먼트> , <페넬로피> , <비커밍 제인> 이다.

<툼레이더> ,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 등 액션 영화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안젤리나 졸리는 역시 강한 포스를 풍긴다. 이 영화에서도 조연이지만 오히려 주인공을 압도하는 분위기를 보여준다. 최근 그녀가 출산한 쌍둥이의 사진이 1,100만 불에 팔렸다니 그녀의 인기가 상종가 중임을 말해 준다.


최인화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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