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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국인 미술가들-13] 화가 김영길

New York

2008.07.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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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특유의 포용성·다양성 표현
화가 김영길은 1957년 경주에서 출생해 영남대를 나와 홍익대 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미국으로 유학와 1989년 프랫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한 뒤 브루클린에 남아 한국 등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 동안 뉴욕과 한국에서 일곱 차례의 개인전과 수십 차례의 그룹전에 참가했고 제5회 토털미술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의 현대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김영길은 그림을 통해 한국인의 마음에 있는 미술혼(美術魂)을 추적한다. 한국의 미술혼은 다른 국가나 지역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포용성과 다양성을 갖고 있다. 미술은 신이 인간에게 조건 없이 준 선물이다. 인간은 이 미술을 통해 낭만을 그리고 슬픔과 분노와 고통을 드러내고 삶의 환희를 폭발시키고 도시와 인간의 아름다움을 그린다. 미술은 삶과 존재에 대한 깊은 사변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때론 기꺼이 정치와 이념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김영길은 이 같은 미술의 다양성 중에 인생과 존재 그리고 미술의 주요 영역인 회화(그림을 그리는 행위와 그 결과물로서의 작품)에 대한 대단히 깊은 사고와 명상의 세계를 그린다.

"1980년대까지 나는 소위 해체와 대결 충격과 자극 등이 지배하는 포스트모더니즘에 매료돼 있었다. 당시 화단 기류는 화면 위에 그려진 그림을 일종의 허상으로 보고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 나는 기존 일상품(오브제.object)을 화면 위에 올리거나 그려 그들이 가진 느낌과 관념을 충돌시켜 화면 위에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김영길의 이 같은 포스트모더니즘 경향의 작업은 1990년 전후 한 박물관에서 동양의 노화가가 그린 그림 한 편을 보고 난 뒤 크게 바뀐다.

"그는 나무의 가지를 그리지 않고서도 나무가 갖고 있는 본래의 기운을 그리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서양미술을 배우고 실제로 하면서 추구했던 사물과 관념의 충돌이 아닌 새로운 통합의 세계 새로운 미술의 경지였다."

김영길은 이 같은 운명적인 사건을 겪은 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와 이하응의 '묵란도' 등 한국의 위대한 천재들이 남긴 그림에서 '해체와 충돌의 미술이 아닌 통합과 극복의 미술'을 발견한다. 이후 김영길은 한국의 산수화와 인물화 등 한국의 전통회화가 갖고 있는 극도의 생략과 절제 여백과 통합의 세계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의 그림에는 한국의 산수화와 인물화를 연상시키는 단순한 선과 상징화된 형태가 나타났고 필선의 운용 역시 종교적 수련을 연상시킬 정도의 절제미를 갖게 된다. 김영길은 이를 통해 한국의 그림이 가진 고도의 정신성을 드러내면서 한편으로 그림이 감성의 표현과 함께 인간 내면의 깊은 사고와 명상의 내용을 담는 그릇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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