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에 누워 있었다. 바람이 불고 강물이 흘러 가는 소리를 들으며…. 얇은 옷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은 등을 어루만져 주는 엄마의 손길 같다. 잠이 들었나 보다. 깨어보니 나를 짓누르는 어두움이 와 있다.
어린시절 항상 몸이 아파누워 있는 엄마는 곧잘 나를 시골 집에 보내곤 했다. 곧 뒤따라 오겠다는 약속을 뒤로 하고 차를 타고 내려서는 십리길을 고부랑거리며 가면 시골집이 보였다. 걸어가는 강가 벼랑은 끝없이 깊고 벼랑 밑으로 보이는 강물은 나를 삼킬듯 출렁거렸다.
고모는 시골집 마당으로 들어 서는 나를 번쩍 안아 냇가로 데려가 냇물을 끼얹어 주며 목욕을 시켜준다. 대청 마루에 앉아서 밥에 물을 말아 오이지에 고추나물 그리고 조개젖을 먹으면 그 맛이 어찌나 좋던지 엄마도 잊을 수 있었다.
서울에서 온 나를 반기는 친구들과 뛰어 놀다가 친구들이 모두 집으로 가버린 후 나는 혼자 무덤가에 누워 어두워지기를 기다리곤 했다. 어두워져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올 때가 되면 언덕에 올라가 엄마를 기다린다. 읍에 갔다가 돌아오는 사람들을 이리저리 둘러 보지만 엄마는 없다.
꿈에서 본 엄마는 다리가 아프고 머리가 아파 나를 찾아 올 수 없었다고 한다. 나는 엄마에게 가겠다고 며칠을 울었다. 나를 찾아오다가 그 벼랑으로 엄마가 떨어져 죽었다는 생각이 더욱 울게한듯 하다. 며칠을 이렇게 울고 나면 엄마 곁에 갈 수 있었다.
엄마의 치마폭 속에 들어가 좋아서 흘리는 눈물을 안보이려고 치마로 눈물을 닦았다. 엄마가 곁에 있는 나는 이 세상에 가장 행복한 아이가 되어 하루종일 울지않고 뛰어놀 수 있었다.
지금 나에게는 그 엄마가 없다. 나도 모르는 다시는 올 수 없는 곳으로 갔다. 이제 나도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나의 엄마가 살아왔듯이 그녀를 닮은 모습으로 살아 가고 있다.
우리 아이가 엄마의 모습이라고 그려준 그림에서 처럼 아이가 부르면 언제든지 빨리 달려갈 수 있는 곳에서 아이를 슬프게 하는 엄마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오늘도 아이들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