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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링컨 박물관이 처한 어려움

Los Angeles

2018.10.28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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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위싱턴포스트 기사를 읽고 깊은 상념에 빠진 적이 있었다.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에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도서관과 박물관이 있는데 이를 지원하는 단체가 빚을 져 도움을 구한다는 내용이었다.

11년 전 이 단체는 링컨 대통령이 살았을 때 간직했던 유물 1000여 점을 구입하는데 2300만 달러의 은행 융자금을 사용하였다. 그동안 빚을 계속 갚아 왔지만, 아직도 970만 달러의 빚을 못 갚고 있다는 것이다. 상환 기간은 2019년 10월까지라고 한다.

구입 유품 중 링컨 대통령의 소지품이었던 스토브파이프(stovepipe) 모자는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 주 상원의원이었을 때 쓰던 모자다. 암살당하기 전날 밤에 끼고 있던 안경과 하얀 장갑도 있다. 그리고 링컨이 14세 때 손글씨로 수학문제를 풀면서 써 놓은 책의 1824쪽 한 구석에 시가 적혀있다. "애이브러햄 링컨은 나의 이름이다/ 그리고 나의 펜으로 썼다/ 서둘러 빠르게 썼다/ 그리고 이곳에 바보들이 읽게 내버려 두었다" 이 시는 링컨의 손글씨 가운데 가장 오래된 손글씨라고 한다.

2005년에 개관한 이 도서관은 남북전쟁 때의 노예해방선언문도 보관되어 있다. 개관 당시에는 링컨 생전의 물건들은 진열돼 있지 않았다. 도서관과 박물관을 살아 숨쉬게 하려면 이런 물건들을 구입해서 진열해 두어야만 했다.

융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링컨도서관을 지원하는 단체는 이 귀중한 물품들을 구입해 줄 회사를 찾고 있다고 한다. 또한 기금 마련을 위해 'GoFundMe'란 인너넷 사이트를 만들어 모금 활동도 펼치고 있다.

모금을 통해 융자 상환금이 조달되면 링컨 대통령이 아끼고 사용하던 귀중품들을 팔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가슴이 아려왔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존경받고 추앙받는 링컨 대통령의 도서관과 박물관이 빚에 시달려 귀중품들을 팔아 자금을 조달하려고 한다는 소식은 충격이었다.

3000여 년 전에 죽은 이집트의 어린 왕 '터트(King Tutankhamun)의' 무덤이 영국의 고고학자 호와드 카터에 의해 1922년에 처음 발굴되었다. 17세의 나이에 정적에 의해 간접 피살된 것으로 알려진 왕 터트는 순금으로 된 관 속에 미라로 발견되었다. 발굴된 무덤 속 동굴에는 엄청난 순금 보물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지금 LA사이언스센터에서는 그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내년 1월 까지 전시한다고 해서 나는 손녀들과 딸과 함께 구경을 하러 갔다. 정교한 세공 솜씨와 순금으로 된 장신구 등은 관람객의 입을 딱 벌리게 하였다. 왕의 업적은 하나도 알 수가 없고 단지 발굴된 보물들의 예술성 때문에 모든 관람객들이 감탄을 자아낼 뿐이다.

이와 달리 링컨 대통령이 생전에 아끼던 유물들은 값비싼 순금으로 되어있진 않지만 대통령의 위대한 업적 때문에 그 유물들이 귀하고 귀한 것이다. 어떻게든 개인에게 팔려나가지 않고 박물관에 잘 보전되기를 바라마지않는다.


김수영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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