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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는 즐거워] 꽃반지 끼고

Los Angeles

2018.10.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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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에 기타를 치면서 가수 은희의 '꽃반지 끼고'를 노래했다.

나는 어릴 적 클로버 꽃을 꺾어 꽃반지를 즐겨 만들었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줄기를 길게 두 개를 꺾는다. 한줄기의 꽃 밑을 손톱으로 눌러서 조그만 구멍을 만든다. 그리고는 다른 줄기를 그 구멍속으로 넣고 잡아당기면 꽃반지가 된다.

나는 꽃반지 뿐만 아니라 꽃팔찌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늘 나를 따라다니는 '어린 소녀'의 손가락과 손목에 끼워주었다. 당시 국민학교도 들어가기 전의 일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스릴을 좋아했다. 길의 한쪽에서 자동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다가 자동차가 가까이 오면 후다닥 뛰어서 길을 건넜다. 나는 달려오는 자동차보다 가까스로 빨리 길의 반대편에 도착하면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나의 성공을 자축했다.

그런데 한번은 사고가 났다. 나를 따라 뛰던 그 소녀가 차에 치인 것이다. 하도 오래 전 일이라 지금 소녀의 이름이나 모습이 생각나지는 않는다. 차에 치인 소녀가 어떻게 됐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때 그 일'만은 80이 된 지금도 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나를 슬프게 만든다.

은희는 노래했다. "그대가 만들어준 이 꽃반지 / 외로운 밤이면 품에 안고서/ 그대를 그리네 옛일이 생각나 / 그대는 머나먼 밤하늘에 저 별"

나는 늘 나를 따라다녔던 어린 그 소녀가 저 머나먼 하늘의 별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란다. 행여 지금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내가 다시 꽃반지를 끼워줄 수 있는 할머니가 되어 있기를 바란다.

"생각난다. 그 오솔길, 그대가 만들어준 꽃반지 끼고 다정히 손 잡고 거닐던 오솔길이… 이~제~는 가버린 아름다운 추억."

나는 지금 운다.


서효원 /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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