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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하늘에서 보고 계시나요' 양궁 대표팀 맏형 박경모 부친 두달전 암으로 사망

Los Angeles

2008.08.1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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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양궁이 올림픽에서 단체전 3연패를 달성하는 순간 마지막 활시위를 당겼던 박경모는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 박하용씨를 떠올렸다.

아버지는 그에게 정신적 지주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암과 투병하다 올림픽을 3개월 채 남기지 않고 6월 10일 64세를 일기로 숨졌다. 아들이 올림픽 2관왕에 오르는 모습을 간절히 보고 싶어하던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숨진 것에 충격 받아 박경모는 한 달 가까이 활을 놓았다.

박경모는 1993년 세계선수권대회와 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오른 뒤에도 7년여 동안 긴 터널 속에서 방황했다. 번번이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고 국내 대회에서도 힘을 쓰지 못했다.

양궁 선수 중에서도 성격이 예민한 편인 데다 활을 쏠 때 시간을 넉넉히 쓰면서 오래 생각하는데 이런 점을 극복하지 못한 탓이었다.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아버지는 조용히 아들을 지켜보며 성원했다.

박경모는 2001년 국가대표에 다시 뽑히면서 성숙해진 기량을 선보였고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따냈다.

자신을 열렬히 응원하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영전에 금메달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훈련에 매진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경모에게 이번 베이징 대회는 마지막 도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올림픽 이후 은퇴해 코치로 변신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11일 열린 단체전에서 어려운 고비에 몰릴 때마다 후배들을 다독이며 이끌었다.

장영술 남자대표팀 감독은 결승전이 끝난 뒤 "필드 안에서 감독 역할을 해준 박경모가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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