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여름 이름 없는 보수주의 논객 제롬 코시가 갑작스럽게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라섰다. 코시는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존 케리를 공격하는 '대통령 부적격자'라는 책의 공저자였다.
이 책은 군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인용해 케리의 베트남전 무공이 거짓이라는 주장을 폈고 보수단체들은 이를 재인용해 반 케리 광고를 내보냈다.
일방적 주장으로 일관된 이 책의 내용은 케리 캠프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걷잡을 수 없이 의혹을 증폭시키면서 당시 5% 포인트 내외의 격차로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를 앞서가던 케리에게 치명타를 안겨줬다.
4년후 여름. 코시는 똑 같은 목적으로 대선에서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를 한 발짝 앞서가는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를 공격하는 책을 내놓았다.
오바마를 1960년대 반전운동의 맥을 잇는 급진적 좌파로 묘사하고 그의 과거 마리화나 흡연경력을 문제삼은 책 '오바마의 나라'(부제:좌파 정치학과 개인숭배)는 출간된 지 2주도 안돼 47만5000부가 팔려 나가면서 지난주 뉴욕타임스 비소설부문에서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1일 출간 당시부터 거짓과 오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던 이 책들은 수십권 수백권 단위로 무더기 판매되고 있고 저자인 코시는 전국에서 100개의 라디오 토크쇼와 인터뷰가 예정돼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 보도했다.
이 책의 출판을 맡은 '트레스홀드 에디션스'는 과거 공화당원이었던 매리 매털린이 수석편집장으로 있는 '시몬 앤 슈스터'의 한 부서로 매털린은 부시 대통령의 핵심측근 칼 로브의 비망록 출간도 계획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코시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목표는 오바마가 패배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나는 그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올 가을 보수단체들과 함께 '반 오바마' 광고운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과거 케리를 공격했을 때와 똑같은 방법인 셈이다. 오바마 진영은 아직 이 책에 대해 외관상 큰 무게를 두고 있지는 않다. 내부적으로는 공개 대응할 것인지 무대응하면서 추이를 지켜 볼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의 톰 비에터 대변인은 "이 책은 거짓말 시리즈이며 그 내용들 또한 오래전에 허위로 판명된 것들"이라면서 "코시는 4년전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을 재선시키기 위해 썼던 비슷한 책으로 인해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 인물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다"고 말했다.